'인공지능(AI)의 희토류, 인공지능의 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지난 18일(현지 시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을 제치고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것은 일대 사건입니다. 엔비디아는 이달 초 처음으로 3조달러 고지를 넘어서면서 애플을 추월한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넘어섰습니다.
시총도 3조3400억달러(4615조8800억원)에 달해, 2023년 세계 명목 GDP(국내총생산) 5위인 인도의 3조5700억달러에 버금갑니다. 물론 이 어마어마한 액수도 얼마 지나지 않아 미미한 숫자였다고 기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 뒤 엔비디아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시총 3위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산업 전 분야가 AI 주도로 재편될 것임을 예고한 그 의미는 전혀 퇴색되지 않습니다.
현재 미·중 패권 경쟁의 최전선도 AI 분야입니다.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세계 반도체업계의 필독서가 된 '칩워'(Chip War: 2020년 10월 출간)에서 "미국은 전 세계 최고 수준 AI 연구자 중 59퍼센트가 일하는 나라"라고 말합니다. "(구글 창업자) 에릭 슈미트가 회장으로 있는 미국의 기술 및 외교 정책 고위직 모임에서 2021년 내놓은 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AI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도 전합니다.
인공지능 연구 윤리와 연구 능력 모두에서 한국은 뒤처져 있습니다. 지난해 3월 테슬라(CEO)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인공지능 개척자인 요슈아 벵기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 등 1000여명의 첨단 기술 기업 최고경영자와 연구자들이 인공지능이 초래할 위험성을 지적하며 개발을 6개월 동안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타임'지는 지난해 6월 12일 표지에 'The End of Humanity'(인류의 종말)라 쓰고, Humanity 중 알파벳 A와 I만 밝게 표현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타임'은 '인공지능 100대 인물'을 선정했습니다. 한국인은 최예진 미 워싱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최 교수는 빌 게이츠가 “최예진보다 인공지능을 더 잘 설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인공지능 석학이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인사는 없었습니다.
우리 국회에서는 지난 5월 21대 국회 만료와 함께 AI기본법이 폐기됐습니다. AI기본법 등 7개 AI 관련 법안을 통합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2022년 7월 발의됐으나, 결국 유야무야되고 만 겁니다. 기본법은 해당 정책의 기본 방향과 용어의 의미를 규정합니다. 인공지능 산업 육성은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연구 윤리를 정립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AI기본법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22대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입니다.
황방열 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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