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날의 끝자락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납니다. 5월 23일, 올해의 추도식은 참 짧고 간명했습니다. 노무현의 정신적 지주 송기인 신부, 초대 노사모 회장 명계남, 노무현재단 정세균 이사장 인사말로 마감했습니다. 총선 직후라서 총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도사를 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없었습니다. 현재 시국에서 노무현 정신과 가치 중에서 미래에 더욱 발전시켜야 할 유산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한국 정당의 역사에서 2000년은 무척 중요한 2개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1인 명사정당(3김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의 탄생, 민주노동당의 탄생입니다. 작은 진보정당으로 시작했지만, 최초로 당비(1만원)를 내는 진성 당원제도를 시행했습니다. 또 하나는 2000년 총선 직후에 탄생한 노사모입니다. 본격적으로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활약한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입니다. 먼저 살펴볼 것은 당원제도에서 시작된 정당개혁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제는 열린우리당에서 ‘기간당원제’로 전환됩니다. 기간당원은 가장 강력한 자격(조건)을 가져야 했습니다. 첫째 당비 납부(1천원), 둘째 가입 기간 6개월 경과, 셋째 당원교육 이수, 넷째 당행사 참여라는 4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선거권 피선거권을 부여했습니다. 당원이 60만 명으로 급팽창할 때, 그 유명한 ‘난닝구-백바지’ 당권투쟁으로 비화하면서 국회의원 중심의 당권파 거부로 기간당원제도가 무력화되었습니다. 당원권이 2개로 분화됩니다. 첫째로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국회의원과 대의원 중심으로 50% 이상의 권한이 옮겨갑니다. 둘째로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는 국민참여경선제로 양분됩니다. 여야를 대표하는 양당은 당원 분포가 지역적 편중이 심하므로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비율을 안배하는 대의원 제도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과 동시에 국민 참여라는 명분으로 ‘여론조사’를 정당의 공식적 선출제도로 도입합니다.
지금의 정당 문화를 형성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준 ‘노사모’는 그냥 정치인팬클럽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세계 최초의 온라인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외신기자가 말한 것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노사모는 첫째 아이디 민주주의를 주창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평등한 아이디는 학연과 지연을 넘어서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였습니다. 둘째 자발적 1만 원의 참여 비용 납부입니다. 모든 비용을 함께 분담한다는 뜻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정치인과 지지자가 동등한 자격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한다는 정치적 평등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셋째 생활정치로 후원하는 몸빵 문화입니다. 정치인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직접 거리에서 몸으로 자원봉사 활동하는 것입니다. 돈으로 응원단을 고용하는 대신에 당원들이 축제처럼 거리에서 춤추고 응원하는 선거문화가 탄생한 것입니다. 진짜 정치문화혁명이었습니다.
지금 한국 정치 정당문화 개혁과제로 ‘정치팬덤’이 있습니다. 물질적 기계인 스마트폰과 SNS로 무장한 극단적 정치세력이 등장했습니다. 외형만 노사모 비슷한 정치 열성 팬 조직의 상징인 태극기 부대와 개딸(개혁의 딸)은 노사모의 정신적 유산을 계승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정치문화혁명을 가져오는 이념과 가치가 없습니다. 오직 쪽수의 우위를 주장하는 직접민주주의만 외치고 있습니다. “모든 조직은 기득권이다”라는 통념이 있습니다. 노사모는 그 임무를 수행한 이후에 스스로 해산을 결의한 ‘시민의 자유로운 조직’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이하여,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구호가 변색하지 않고, 노무현의 유산과 뜻이 더욱 성숙하게 발전하는 바램을 가지게 됩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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