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의사 단체들이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각하·기각 결정에 대해 "의대생과 전공의, 의대 교수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은 향후 공공복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의료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해 온 모든 행위를 멈추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의료계 "재판부가 공공복리에 반하는 판결"
이들은 "이번 재판에서 정부가 실제로 제출한 증거는 없다"며 "정부는 2000명 증원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한 번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나 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와 논의한 일이 없었다. 발표 당일 1시간이 채 안 되는 회의 시간에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다수의 힘으로 통과시켰을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보건의료기본법 제정 후 단 세 차례만 소집되었던 보정심은 결국 중요 안건을 정부 마음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거수기 모임이라는 것만 드러났다"며 "정원 배정 과정은 완전한 밀실에서 이해상충과 전문성이 의심되는 위원들에 의해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단 5일 만에 끝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수요 조사 당시 교육부·학교·학장·대학본부·교수협의회에서 일어났던 모든 소통 내용과 공문을 공개하고, 배정위원회 위원의 전문성·이해관계 상충 여부·배정 과정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의협 회장 "의료시스템 사망 선고일"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실 저희는 큰 기대는 없었고 이 결과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며 "재판부가 공공복리에 오히려 반하는 판결을 했다. 결국에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자체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마지막 사망 선고일이 어제(16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혔다"며 "구회근 판사에게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조금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이제 전공의들은 자포자기해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이 고생을 하고 이런 모욕까지 당하면서 돌아가진 않겠다는 것"이라며 "의대생들도 유급을 불사하겠다고 한다. 예과 1학년부터 지금 레지던트 4년차까지 대략 10년 간의 의료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법정공방 당분간 이어질 전망
법원의 각하·기각 결정으로 2025학년도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은 9부 능선을 넘었으나, 의료계가 곧바로 재항고 절차를 진행하면서 법정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의료계 측 소송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대법원에 내는 재항고장 및 재항고이유서를 서울고법 행정7부에 제출했다"며 "이미 서울고법 행정7부에 모든 자료가 제출됐기 때문에 서울고법이 빨리 대법원으로 사건기록을 송부하고 대법원이 서둘러서 진행하기만 하면 5월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배상원·최다은 부장판사)는 전날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에 대해 "제1심과 같이 이 사건 처분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의대생들이 대학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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