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과일 가격 상승에 이어 배추·양배추·당근 등 채소 물가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가 신규 할당관세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소비자 체감 가격을 낮추기 위해 또 다시 '두더지 잡기식' 책술을 꺼내들었으나 저율 관세의 세제 전략과 가격 인상 자제 압박은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합니다.
더욱이 억눌러온 에너지요금의 인상 압박도 한계치에 몰릴 수 있어 하반기 물가를 향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안정 관련 현안감담회'를 열고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공식품, 공산품 등에 대한 가격 동향 및 대응 방안과 주요 부문 시장감시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최근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배추, 양배추, 당근, 포도, 마른김에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달 중 관세 인하분이 공급될 수 있도록 추진합니다. 또 배추, 양배추, 토마토, 당근 등 가격이 높은 25개 품목에 대해서는 납품단가를 지원합니다. 지원을 통해 소비자 체감가격을 낮추겠다는 전략입니다.
정부가 할당관세 카드를 꺼내든 건 배추, 양배추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고공행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를 보면 이날 기준 배추(1포기) 가격은 4578원입니다. 이는 전월 대비 21.3%오른 금액입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9.1% 상승했습니다.
배추 가격은 이달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1일까지만 해도 배추 1포기 가격은 4073원이었으나 약 3주후인 23일 4530원으로 올랐습니다. 22일만에 5000원이 오른셈입니다.
양배추·당근 등의 채소 가격도 올랐습니다. 양배추(1포기)의 이달 2일 가격은 4931원이었으나 23일 5684원으로 15% 상승했습니다. 이는 평년(3744원) 대비 51.82%, 전년(3922원) 대비 44.93% 상승한 금액입니다.
24일 기준 양배추 1포기 가격은 5726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당근(1kg) 가격도 이달 1일 4710원이었으나 23일에는 9% 오른 5136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평년(3915원) 가격과 비교했을 때 31.19%오른 금액이며, 전년(4871원)과 비교했을 때도 5.46% 상승했습니다.
22일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과일·채소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물가 압력에 나섰지만 결국 고물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 상방 요인이 있음에도 억눌러온 공공요금 인상도 관건입니다. 정부는 지난 1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중앙·지방 공공요금을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과채류 등 고물가로 인한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섭니다.
도시가스 요금을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나인 도매 공급비용 인사 여부는 5월 1일 정례 조정일에서 결정합니다. 도매 공급비용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천연가스 도매요금심의위원회 심의 및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산업부 장관이 승인합니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영 상황, 국제유가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도시가스·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상반기 동결 기조를 밝힌 데다, 여전히 농산물 중심으로 고물가가 이뤄지고 있어 도시가스·전기요금 인상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눌렀던 공공요금까지 인상을 하게 될 경우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에너지요금 인상과 관련해선 아직 시기·금액 등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우편함에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가 꽂혀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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