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햄버거, 치킨 등 식품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제품 가격 인상 행렬에 나섰습니다. 이들 업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만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요. 그간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지만, 총선이 끝나면서 더 이상 눈치싸움을 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인상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파파이스 코리아는 이달 15일부터 샌드위치(햄버거) 메뉴, 치킨 메뉴, 사이드 및 디저트, 음료 등의 가격을 평균 4% 인상했습니다. 이로 인해 인상 대상 품목 가격은 종전 대비 100~800원가량 올랐습니다. 배달 전용 제품 가격은 더 비싸집니다. 파파이스는 배달 메뉴의 경우 매장 판매가보다 평균 약 5% 높은 가격을 차등 적용키로 했습니다.
파파이스 코리아의 가격 인상은 2년여 만입니다. 지난 1994년 국내에 진출했다가 2020년 연말 철수한 파파이스는 2022년 12월 한국 시장에 재진출 후 이번에 가격을 높였습니다. 이번 인상에 대해 파파이스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및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도 지난 15일부터 치킨 메뉴 9개의 가격을 1900원씩 인상했습니다. 굽네 역시 2022년 이후 2년 만의 인상입니다. 인상 품목은 △오리지널 △고추바사삭 △남해마늘바사삭 △오븐바사삭 △치즈바사삭 △갈비천왕 △불금치킨 △볼케이노 △양념히어로입니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오리지널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7900원으로 올랐고, 고추바사삭은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또 남해마늘바사삭은 1만9000원에서 2만900원으로 2만원을 넘어섰습니다. 굽네 측 역시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온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상승에 따른 가맹점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이번 인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파파이스와 굽네가 총선 직후 외식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인상 스타트를 끊으면서, 다른 업체들의 릴레이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총선 전 오랜 기간 동안 업계는 정부로부터 가격 인하 및 동결 압박을 받아왔는데요. 최근 국제 원재료 가격 인상 및 물류비 증가를 명분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입니다.
한 외식 업계 관계자는 "민생 안정 문제가 걸린 만큼 정부의 가격 동결 압박 취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도 올리지 못하는 고충이 상당했다"며 "(가격 인상) 총대를 메는 것이 부담스러운 까닭은 결국 정부와 여론의 뭇매를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미노 인상이 이뤄진다면 업체 입장에서는 인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다 보니 정부가 기업의 가격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미시적 방법을 사용해왔던 것인데, 이 부분의 한계가 총선 이후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식품 수급을 조절하고 모니터링 하거나 금리를 유효적절하게 관리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파파이스 매장 앞을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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