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전 세계 주요국 증시가 강하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나홀로 하락했던 중국 증시가 드디어 바닥을 찍고 반등합니다. 상하이지수는 어느새 3000선을 회복했습니다. 지난해 퍼부운 유동성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소비회복의 수혜가 기대되는 화장품, 카지노 등 국내 관련주들도 반색하고 있습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지수는 지난 2월5일 2500선까지 위협하며 추락했으나 곧바로 반등에 나서 2월23일 3000선을 다시 넘어섰습니다. 3월 이후로는 소폭의 등락을 보이며 횡보하는 중입니다. 국내에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를 불어온 홍콩H지수도 1월에 찍은 최저점 5001에서 15% 이상 반등해 6000선을 향해 천천히 오르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4월만 잘 넘긴다면 장기 조정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턴어라운드로 가는 초입
이와 같은 반등세는 중국 정부의 정책 효과가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경제 회복을 위해 기업과 가계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이 돈이 은행으로 흘러 들어가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중국 은행들의 정기예금 잔고가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면 잠겨있던 돈이 이제야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하나증권은 올해 중국 정부의 정책과 유동성 효과가 제고되면서 2분기 기업 업황과 가계의 경제활동이 회복돼 전반적으로 작년과는 반대의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재정정책의 부활(광의의 재정적자)과 기업이익(ROE)의 반등 △수출경기 회복과 디플레이션 압력의 축소 △상반기 중 부동산 선행지표의 저점 확인 등 세 가지 국면 변화로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 초입에 들어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달 중에 연간 실적 하향조정, 재정정책 효과 검증, 위안화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단기적인 고비가 될 수 있는데.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중국의 분위기 변화는 이미 증시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저점에서 반등에 성공했으며, 2분기가 턴어라운드로 가는 중간단계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분기에 물가와 주택가격 신호가 확인될 경우 중국 대형지수와 소비주가 장기 조정에서 탈피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대표 화장품주 반등 시작해
중국 증시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한다면 개별 주식종목과 펀드를 챙겨야겠지만, 아무래도 국내 투자자들에겐 좀 더 익숙한 투자가 접근하기 편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국내 기업들입니다.
중국 소비 관련주들도 중국의 반등과 함께 이미 고개를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섹터가 화장품과 카지노,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여행업체입니다. 화장품, 카지노 관련주는 2~3월 저점에서 종목별로 10% 이상 반등했습니다.
중국 소비에 큰 영향을 받는 화장품은 최근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3월 저점인 11만원대에서 이달 3일 13만5000원까지 직행했습니다.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방식)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의 상승률은 이보다 더 높습니다. 종목별로 온도 차는 있지만 바닥은 확실하게 다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화장품 섹터에 속한 상장기업의 숫자가 상당히 많아서 실적 개선 상황도 기업별로 들여다볼 필요 있습니다. 주가 퍼포먼스는 숨어있는 종목 중에서 튀어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업황 개선에 따른 수혜를 노린다면 대표 종목군에서 투자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난 2월27일에 상장한 에이피알의 경우 공모 과정에서 뜨거운 시선을 모았으나 정작 상장 직후부터 주가가 계속 흘러내려 현재 공모가마저 무너진 상황입니다. 반대로 업황 회복과 함께 공모가에 낀 거품을 걷어낸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카지노, 속속 흑자전환
화장품 외 중국인 관광객 유입의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파라다이스, GKL 등 카지노입니다. 국내 입장객이 출입하는 강원랜드는 이번 수혜와는 무관합니다.
파라다이스의 경우 2022년에 흑자로 전환한 뒤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매출과 1458억원의 영업이익 기록하며 거의 평년 수준에 복귀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주가는 이제 조금 반등해 예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만큼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커 보입니다. GKL 역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주가는 최근 저점을 찍고 고개를 든 상태입니다. 상승률이 10%대 중반이어서 갈 길이 멉니다.
호텔과 카지노 사업을 하는 롯데관광개발도 중국 비중이 커서 중국 관광산업 정상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롯데관광개발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호텔 부문은 작년과 비슷하겠지만 카지노 부문의 회복세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035억원(전년 동기 대비 120%), 51억원(흑전)으로 예상했습니다.
중국 소비 관련기업들 중에는 장기간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가 흑자 전환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흑자로 돌아섰거나 돌아설 예정인 기업들의 경우 피해가 컸던 만큼 기대감도 크다는 사실을 투자에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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