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박용진, 이용우(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재벌 저격수들이 낙마했습니다. 이에 삼성과 현대차 등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쟁점법안들이 무더기 폐기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지배구조 개편을 옥죌 변수가 사라짐에 따라 시장에서 거론됐던 각종 시나리오도 잠잠해질 전망입니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일변도에 정치권 반대논리도 힘이 빠집니다.
20일 국회 관계자는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관련해 “선거 끝나고 국회 본회의가 한 번은 더 열릴 것 같은데 그 때 통과 못하면 임기만료 폐기된다”고 말했습니다. 빡빡한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남은 임기 중 쟁점법안이 통과될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기업집단은 시간을 벌게 됐습니다. 앞서 두 의원은 각각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사실상 삼성을 타깃으로 해, '삼성생명법'으로 불립니다. 각각의 법안은 과징금과 유예기간 차이만 있습니다.
보험회사는 자본충실의 의무로 보유 채권이나 주식 자산 한도를 정합니다. 자산 평가는 다른 금융권에선 시가로 이뤄지나 보험회사만 취득 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습니다. 개정 법안은 보험업도 시가 평가로 바꾸는 게 골자입니다. 글로벌 회계기준에 따라 개정의 명분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자산을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보유 한도를 초과하게 됩니다. 따라서 삼성전자 주식이 대량 시장에 투하될 염려가 생겼고, 이는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매각 주식을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되살 수 있도록 하는 대안(자본시장법, 이용우)도 발의됐습니다.
개정을 이끌었던 두 의원을 22대 국회에서는 볼 수 없게 되면서 더 이상의 동력은 어렵게 됐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이 있는 만큼 삼성 내부적으로도 여러 대책을 검토했지만, (이제는) 백지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은 반도체 실적이 부진해 다른 곳에 한 눈을 팔 여력도 부족합니다.
여타 쟁점법안들도 폐기 운명에 놓였습니다.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적분할 시 자사주 부활 금지(상법), 상습범죄 기업 가중처벌(공정거래법), 매도청구권 행사 시 자사주 활용 금지(상법), 해외계열사 상호출자 금지(공정거래법),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공정거래법), 순환출자 해소(공정거래법), 분할합병 시 특수관계인 의결권 제한(공정거래법) 법안 등이 계류 중입니다. 이용우 의원은 이사충실의무 강화(상법),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규제(상법), 콜옵션부 전환사채 금지(자본시장법) 등을 발의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바꾸는 등 입법 시 재계에 파급력이 적지 않은 법안들입니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기조 속에 국회 지형도 반대논리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지배구조 개선 정책 일환인 '밸류업 프로그램'에서도 지원책만 내놨습니다. 배당 감세를 정했는데 부자감세 논란이 붙습니다. 강제력 없는 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상존합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배당 혜택만으론 약하다"며 "이사충실의무 같은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의 근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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