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전환사채(CB)는 대주주나 특정인의 지분율 높이기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아에스티8CB는 기업의 이자 부담을 낮추고 자본력을 키우는 동시에 투자자들에겐 채권보다 나은 차익 기회를 제공하는 CB의 본질적인 순기능이 돋보인 경우입니다. 동아에스티8CB가 채권 발행 2년7개월만에 주식 전환 차익이 기대되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동아에스티 주식은 7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는 동아에스티가 발행한 CB의 주식전환가액보다 700원 높은 가격입니다. 이에 해당 CB의 주식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3년 부진 딛고 반등 시작
동아에스티8CB는 동아에스티가 2021년 8월3일에 발행한 전환사채입니다. 2026년 8월3일이 만기인 5년만기 회사채로 동아에스티는 당시 1000억원을 조달해 580억원은 인천 송도공장 신설 자금에 쓰고, 420억원은 임상3상에 돌입한 건선 치료제 ‘DMB-3115’(스텔라라 시밀러) 연구개발에 투입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동아에스티8CB는 신용등급 A+급의 우량 채권이긴 하지만 표면금리 0%에 만기수익률도 연 1.0%에 불과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노릴 수 있는 CB임에도 이자율이 너무 낮았고, 당시 동아에스티의 주가 흐름도 좋은 편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동아에스티8CB 발행일인 2021년 8월3일 동아에스티 주가는 8만2200원이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인 7월엔 장중 10만원을 돌파하는 등 강세였으나 채권 발행일이 다가오며 다시 하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식 전환가액만 8만6800원으로 높은 가격대에서 정해졌습니다.
채권금리도 낮고 주가도 전환가액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올린 것처럼 급등했다 떨어지는 바람에, 채권 발행 당시 주주들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구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CB 청약에서 1000억원 모집액 중 358억원만 청약이 들어왔고, 결국 나머지 금액은 일반 청약을 진행해 채웠습니다.
하지만 채권 발행 후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했습니다. 이듬해인 2022년 10월엔 4만5000원 부근까지 떨어졌습니다. 주가 하락은 실적 부진에 따른 것입니다. 채권을 발행한 2021년 동아에스티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이익에서 반토막이 났습니다. 2022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2023년엔 영업이익이 120억원 아래로 추락한데다 순손실까지 기록하는 등 3년 동안 실적 악화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바닥을 쳤다는 평가가 많아지면서 증권사들의 평가도 달라졌습니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지난 3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2021년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개발한 스텔라라 시밀러(복제약)를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하기 위해 현재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이 복제약의 오리지널 신약인 얀센의 스텔라라가 지난해 108억달러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보니 동아에스티 주주들의 기대감도 큰 상황입니다.
또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비만치료제 품목도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가 임상 중이며 하반기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주가 반등해 본격 주식 전환
CB를 발행한 후 주가가 하락했으니 주식 전환가액이 하락 조정(리픽싱)되는 것이 수순입니다. 다만, 리픽싱 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CB의 리픽싱 한도는 대부분 70%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아에스티8CB는 85%로 설정했습니다. CB 발행 후 동아에스티 주가는 5만원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으나 전환가액은 최초 전환가의 85%인 7만3800원까지만 인하 조정됐습니다.
다행인 것은 주가가 그 위로 올라섰다는 사실입니다. 동아에스티는 작년 상반기까지 고전하다가 ‘바닥’ 전망이 확대되면서 고개를 든 상황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최근엔 8만5000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다시 7만원대 중반으로 내려왔지만 전환가액인 7만3800원보다는 높아서 지금 주식으로 전환해도 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식전환을 신청하고 실제 주식이 계좌에 입고되기까지 최소 2주가 필요해 아직 안심할 순 없으나 주가 상승폭이 조금 더 커지면 주식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동아에스티 재무제표에선 부채가 감소하고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대주주의 지분 확대라는 꼼수 없이 순수하게 재무 건전성이 호전되고 투자자들도 그 덕을 보는 CB의 긍정적 효과가 발휘되는 것입니다.
채권 만기까지 아직 2년 넘게 남아 있어 느긋하게 주가가 더 오르길 기다리는 투자자도 있을 텐데 이들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동아에스티8CB에는 회사가 채권을 중도에 갚을 수 있는 권리 즉 콜옵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주식 전환 신청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중에 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투자자는 채권 원금과 약속된 채권이자만 받고 끝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채권 보유자는 콜옵션 행사 조건에 도달하기 전에 주식 전환을 신청해야 합니다.
동아에스티8CB의 콜옵션 행사 조건은 ‘15거래일 연속으로 전환가의 130%를 초과할 경우’입니다. 현재 전환가액이 7만3800원이므로 130%는 9만5940원입니다.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주가가 9만원을 넘어서는 시점부터는 주식 전환 신청을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매수해 주식 전환을 노리는 것은 실익이 커 보이지 않습니다. 동아에스티8CB채권은 지난주 1만600.5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가격에 매수해서 주식전환을 신청할 경우 차익을 내려면 주가가 8만원은 넘어야 합니다. 현재 주가가 7만5000원까지 하락한 상태이므로 차익이 목적이라면 지금 채권을 매수하는 것보다는 주식 매수가 낫습니다.
다만 채권이기에 원금을 보장받은 상태에서 주식 전환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이 채권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도 붙어있어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합니다. 풋옵션 행사가 가능한 첫 시기는 채권 발행 3년차인 오는 8월3일입니다. 이때부터 매 이자지급일마다 조기상환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조기상환을 받아도 채권 원금과 연 1% 이자, 3년치이므로 3% 남짓한 이자로는 만족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주가 하락 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 역할로는 충분해 보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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