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대신해 공중보건의·군의관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대란을 메우긴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오히려 각 지방 보건소의 공보의를 차출하면서 지역의료 공백을 초래하는 '역설'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선 상급종합병원에 공보의와 군의관이 오는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합니다. 앞서 정부는 군의관 20명·공보의 138명 등 총 158명을 대형병원에 파견하고 현장 의료인력과 손발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교육 등을 해왔습니다. 향후 200명가량의 공보의를 추가 투입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 보건지소 등에서 1차 의료를 담당하는 공보의를 차출, 대형병원에 투입한 것이 오히려 지역의료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의료인프라가 열악한 읍·면·리 지역 주민들의 유일한 병원이던 보건지소의 의사가 빠지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나순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군의관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의 진료 거부 사태에 '땜빵'으로 투입하면 군인 치료는 어떻게 할 건가"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더 큰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복지부는 아직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체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가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평시 대비 3000명 내외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과 응급실의 중등증 이하 환자가 오히려 10% 감소한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입원 환자가 평시 대비 40%가량 줄었고 수술도 52.9% 감소했지만, 진료 감소분을 대부분 종합병원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게 복지부 측 설명입니다. 종합병원 입원 환자는 집단행동 이전 대비 9% 늘었습니다.
12일 서울 노원구 한국원자력의학원 수술실 앞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 사태를 계기로 그간 인력 중 전공의 비중이 30~40% 수준으로 높았던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할 계획입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월 공개한 '4대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입니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의 경우 병원 내 전공의 비중은 10% 내외라는 게 복지부 측 설명입니다.
우선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강화합니다. 의료기관 설립 시 의사 배치 기준을 개정해 전공의를 전문의의 2분의 1로 산정하는 등 전문의를 많이 고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듭니다. 또 현재 1700명 규모의 국립대병원 전임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1000명 이상 확대키로 했습니다.
전공의에게 위임하는 업무를 축소하고, 인력 간 업무 부담을 지원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시범사업' 모델을 만들어 2025년부터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적용합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가 지원도 병행 추진하겠다"며 "다음 주 전문의 중심 병원 등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병원 구조 개선을 신속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공의 중 1만1994명이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2000명 증원에 반발, 병원을 이탈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이 중 5556명의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사전통지서를 발송하는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순단 전 위원장은 "일각에서는 '국민 참여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의사, 정부, 시민단체가 함께 토론해 결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면허정지 같은 '강대강 대치'는 국민 생명을 외면하는 행위다.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비상진료체계 상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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