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새 43% 날린 부동산펀드
하나나사부동산 1157원→645원 추락…펀드기한 5년 연장 추진
오피스 안팔려서 어쩔 수 없이?…맵스미국11호도 논란 잠재
2024-02-06 02:00:00 2024-02-06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국 부동산펀드 수익률이 하루아침에 43% 폭락했습니다. 운용사는 펀드 만기 2개월을 남기고 운용기간 연장에 나섰습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지난달 25일 공시를 통해 자사가 운용하는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이하 하나나사부동산펀드)의 수익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이에 앞서 1월16일엔 수익자총회 개최를 위해 수익자명부 폐쇄를 알렸습니다. 수익자(펀드)의 의결권 행사 기준일은 1월30일입니다. 
 
건물 안팔려서 운용기간 연장?
 
수익자총회는 주식회사의 주주총회에 해당하는 투자자 집회로, 여기에 참석한 펀드 소유자들의 표결에 따라 펀드 운용의 주요 사항이 결정됩니다. 
 
이번 하나나사부동산펀드 수익자총회의 안건은 ‘신탁계약기간 변경의 건’입니다. 구체적으로 펀드의 존속기한(운용기간)을 기존 7년에서 12년으로 5년 연장하자는 것입니다. 애초에 약속했던 기한인 오는 3월30일 안에 보유자산을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펀드 지분에 따라 나눈 뒤 청산해야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아 운용기간을 5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미항공우주국(NASA) 본부가 입주해 있는 투인디펜던스스퀘어 오피스 빌딩.(사진=구글)
 
하나나사부동산펀드가 투자(보유)한 자산은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투인디펜던스스퀘어(Two Independence Square) 오피스 빌딩의 지분증권입니다. 2017년 3월에 이 오피스를 매입하기 위해 국내에서 펀드를 조성해 공모, 일반 투자자를 모집했고, 펀딩 자금에 현지 대출을 더해 건물을 매입했습니다. 이 건물은 통째로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임차해 쓰고 있습니다. 
 
7년 운용 기한이 임박해 수익자총회를 소집한 것은 안 좋은 시기에 매각하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여유있게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회사 측은 2022년 매각 실패 후 공식적으론 시장에 이 오피스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엔데믹 후에도 재택근무…오피스 가치 추락
 
현재 미국 오피스 시장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종료됐지만 직장인들은 사무실로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오피스 시세도 추락하고 있습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수익자총회 소집을 공시한 다음날(26일) 투인디펜던스스퀘어 빌딩과 펀드의 보유자산에 대한 재평가 결과를 공시했습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부동산펀드는 보유자산을 1년에 한 번씩 실사, 재평가해야 합니다. 감정평가는 지난해 10월말 현지 감정평가법인(Newmark Group)이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최초 1억6242만8160달러였던 현지 자산(Equity) 가격은 9240만달러로 급락했습니다. 오피스 감정가 3억5340만달러에서 대출금 2억7500만달러를 뺀 7840만달러에 대출유보금 1400만달러를 더한 값입니다. 
 
이에 따라 펀드가 투자한 지분증권 평가금액도 기존 1억3906만6149달러에서 7911만4732달러로 43.11%나 추락했습니다. 운용사는 25일까지만 해도 1157.21원이었던 기준가를 다음날 645.22원으로 511.99원 내렸습니다.
 
실제 이 감정평가액대로 건물을 매각할 경우 각종 매각 관련 부대비용도 빼야 해 실질가치는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펀드 투자자들의 최초 투자원금은 1좌의 액면가 1000원입니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공시를 통해 “코로나 발생 당시 코로나발 재택근무가 일시적일 거라고 예상했으나, 엔데믹 후에도 재택근무가 지속 유지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오피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 자산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설명했습니다. 
 
28년 8월 임차계약·리파이낸싱 만료
 
수익자총회에서 운용기간 연장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에 앞서 개인투자자 위주인 펀드의 수익자총회가 성원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기한 내 안건을 의결하지 못하면 환매 연기 상태로 오피스 매각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 경우 저가 매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펀드 운용기간 연장이 성사된다고 해도 5년 안에 오피스 시장이 돌아설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연장한 기간 중에 생길 변수도 점검해 봐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만기와 임대차 재계약 여부입니다. 
 
하나나사부동산펀드는 2022년 6월에 리파이낸싱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2022년 이 건물의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매입의향서를 낸 4개 기관 중 한 곳을 선정, 1차 계약금 400만달러를 받았으나,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매수자가 자금 조달에 실패해 매매계약이 해지됐습니다. 
 
당시 펀드는 리파이낸싱이 필요한 시기였는데, 매수희망자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받은 계약금 400만달러의 절반을 돌려줬습니다. 이때 리파이낸싱한 조건이 2억7500만달러를 2028년 8월1일까지 연 6.145%로 쓰는 조건입니다. 
 
대출금리가 올라 펀드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분배금은 그만큼 줄었습니다. 이 펀드는 매년 4월과 10월에 분배금을 지급합니다. 지난해 4월과 10월에 나눠준 분배금은 각각 1좌당 14.48원, 14.65원이었습니다. 리파이낸싱 전인 2021년 10월의 분배금은 32.23원이었습니다. 2018년 8월까진 대출 금리가 동일해 삭감된 분배금은 유지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이 시기가 중요한 것은 임대차 계약도 2028년 8월로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피스가 나사와 맺은 임차 계약기간은 2013년 8월4일부터 2028년 8월3일까지 15년입니다. 펀드 기한은 5년을 연장할 방침이지만 실제론 그 전에 건물을 매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건물을 제값으로 팔기 위해서는 나사와의 임대차 기간을 연장하는 재계약이 필수입니다. 나사 같은 우량 임차인과 장기 계약을 맺지 못하면 시세 하락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내년 1월에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11호펀드의 만기가 돌아올 예정입니다. 이 펀드는 대출만기가 올해 7월에 돌아올 예정이어서 그 전에 시장금리가 확연하게 개선되지 않는 한 리파이낸싱 대신 그 전에 매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9-2호 펀드가 보유한 오피스를 헐값에 처분해 펀드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기에 이번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금리 하락이 시작될 올해가 미국 리츠(REITs)에 투자하기에 적기라고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정작 미국 오피스에 투자 중인 펀드들은 매각도, 리파이낸싱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나나사부동산펀드의 수익자총회는 오는 2월2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