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메이플스토리 '큐브', 버블파이터 '골든 숫자' 등 확률형 유료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 몰래 조작해 온 국내 매출 1위 게임사 '넥슨코리아'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넥슨은 이번 적발로 게임사 대상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받게 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게임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 116억4200만원(잠정)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습니다. 이는 2002년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첫 전원회의 심의 건이자, 게임사 대상 역대 최대 액수의 과징금 규모입니다.
과징금 중 115억9300만원은 온라인 PC게임인 메이플스토리 관련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넥슨은 2010년 5월 메이플스토리에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반복구매를 유도해 매출을 높이고자 한 것입니다.
큐브는 게임 내 캐릭터의 장비 옵션을 재설정 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장비에 큐브를 사용하면 '잠재 능력'으로 불리는 3개 옵션이 임의로 장비에 부여됩니다. 쉽게 말해 슬롯머신, 동전으로 긁는 복권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게임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메이플스토리 잠재 옵션이 붙은 장비 모습.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넥슨은 큐브 상품을 도입할 당시 옵션별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9월부터는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확률 구조를 바꿨습니다.
2011년 8월 이후에는 선호도가 높은 특정 옵션이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 구조를 재차 변경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력, 공격력, 공격력' 같은 인기 중복 옵션이 나올 확률이 0%가 되도록 설정한 것입니다.
넥슨은 이러한 옵션 변경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2011년 8월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으로 거짓 공지를 하는 등 소비자기만을 자행해 왔습니다.
장비 등급 상승(등업) 확률을 임의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장비에 부여되는 잠재 능력에는 레어, 에픽, 유니크, 레전더리 등 등급이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가장 높은 등급인 레전더리 등급을 뽑기 위해 큐브를 주로 사용합니다.
등업은 장비 옵션을 재설정하는 큐브 사용 시 일정 확률로 이뤄집니다. 레드큐브보다는 블랙큐브를 통해 장비 등업을 하는 확률이 3배가량 더 높다고 알려져 이용자들은 블랙큐브를 장비 등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넥슨은 블랙큐브 출시 당시 레전더리 장비 등업 확률을 1.8%로 세팅했습니다. 이후 2017년 12월 1.4%, 2016년 1월 1%까지 확률을 낮췄지만, 이를 이용자들에게 공지하지 않고 숨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게임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넥슨 전경. (사진=뉴시스)
또 다른 게임인 버블파이터에서도 뽑기형 아이템을 이용한 거짓·기만 행위가 적발됐습니다. 과징금 중 4900만원이 버블파이터 관련 행위에 해당합니다.
넥슨은 2015년 2월부터 게임 내 이벤트로 '올빙고'를 진행했습니다. 이용자가 빙고판에 적힌 숫자와 같은 카드를 열어 전체 빙고판을 완성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일반 숫자' 22개와 '골든 숫자' 3개로 구성되는 빙고판을 채우기 위해 이용자들은 골든 숫자 카드를 주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인 '매직바늘'을 구매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넥슨은 2017년 10월 10차 이벤트부터 2021년 3월 29차 이벤트까지 매직바늘 1~4개 사용 시까지 골든 숫자 카드를 획득할 확률을 0%로 변경했습니다.
쉽게 말해 매직바늘 4개만 사용했을 경우 골든 숫자는 단 1개도 나오지 않고, 5개부터 일정 확률로 골든 숫자가 나오도록 조작한 것입니다.
공정위가 넥슨에 부과한 과징금 116억4200만원은 영업정지 180일(6개월)에 해당하는 제재입니다. 영업정지 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과징금으로 영업정지를 갈음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입니다.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구체적인 부당이득 규모를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과거 서든어택 당시 1차 위반, 이번이 두 번째 위반이기 때문에 2배로 가중해 영업정지 일수를 180일로 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최초의 전원회의 심의 사건"이라며 "게임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이용자 기만행위 등에 대해 역대 최다 과징금을 부과해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게임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버블파이터 이미지.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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