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우울하면서도 우리네 삶이 그렇지, 그러면서 따뜻한 감성과 위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줬던 드라마. 가수 아이유씨가 연기 잘하는 배우였구나를 다시 깨닫게 해줬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안타까웠던 계약직 직원 이지안(아이유)을 응원하고 묵묵히 지켜주던 아저씨 박동훈 역을 맡았던 고(故) 이선균씨. 민소매 셔츠를 입고 담배를 피우러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배 나온 동네 아저씨 이미지를 훈훈하고 멋지게 바꿔줬던 배우였습니다.
특히, 열심히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여러가지 캐릭터를 맡아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고 따뜻한 인간 냄새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던 배우로 기억합니다.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으며 지친 마음을 위로 받았을 것입니다.
그는 국민들이 어렵고 힘들 때 위로해주는 너무나도 좋은 배우였습니다.
작년 말 KBS, MBC, SBS 공중파 3사는 각 방송사에서 송출된 드라마를 결산하는 연기대상 시상식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국민들은 각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자신이 좋아했던 드라마, 배우가 상을 받는지 기대하며 연말 휴일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기대상은 조마조마 가슴을 졸이며 봤습니다.
수상하는 배우들이 고 이선균씨 추모 발언을 하게 되면 어쩌나, 이선균씨 옹호를 해서 욕 먹으면 어쩌나, 방송사들은 이선균 추모에 어떻게 대응을 할까 등 우려와 기대감이 뒤섞였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선균씨 언급을 가급적 피했고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하다가 멈칫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몇몇 배우들만 이름을 부르지 못했지만 그를 추모했습니다.
이선균씨에 대해 '잘못했다'거나 반대로 '피해자다' 이런 부분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약 등 불법을 저질렀다면 분명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공인으로서 반드시 죗값을 치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약을 했다는 증언만 있을 뿐 경찰이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는 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에서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오히려 경찰이 성급했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화 등에서 정부가 위기에 빠지면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연예인들의 스캔들 기사로 이슈를 덮어버리는 것처럼 이선균씨가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마침 이선균씨 마약 논란이 처음 나왔을 때는 향후 총선의 잣대가 되는 강서구청장 선거에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를 하고 야당인 민주당이 압승을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또 이태원 참사 1주년을 앞두기도 했었습니다.
최근 문화계 기류는 연예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외부에서 압박을 하는 기류도 있어서 현실은 더욱 암울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문화계 뿐만 아니라 언론계와 재계도 사정 당국의 조사와 소송 압박이 심해 비슷한 양상이 흘러가는 듯 보입니다. 제갈물리기에 언론사들도 제소리를 못내고 있는 실로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KBS 연기대상 조연상을 받은 이원종씨가 한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행복의 나라라는 영화를 같이 찍은 아주 좋아하는 후배가 먼저 갔어요. 다시는 야만의 세월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되겠다."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암울한 시대이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우리는 외압에 휘둘리거나 포기하지 말고 버텨내야 할 것입니다.
나의 아저씨 박동훈이 했던 이야기처럼.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거야."
고재인 산업1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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