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희생…LG전자, LGD 유증 참여
불시 발표에 주가하락했지만 LG전자 도의적 참여
신용하락·이자비용 증대 악순환 고리 끊는 목적
신시장 소형OLED 사활…유증에 전향적 목표 담아
전방 TV수요 회복이 흑자전환 관건…거시경제 상황 주목
2023-12-19 12:38:24 2023-12-19 15:04:06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불시의 유상증자 발표에 LG디스플레이 주가가 하락했지만 LG전자가 도의적 증자참여로 뿔난 주주들을 달래고 나섰습니다. 이번 증자는 영업흑자 회복이 지연되면서 신용하락과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 고리를 끊는 목적입니다. 당장 부채상환 불을 끄는 게 급하지만 신사업 투자재원으로도 활용해 유상증자 흥행을 유도합니다.
 
 
19일 LG전자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7.9%를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따라서 증자 불참 시엔 경영책임을 회피하고 외부주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도의적 문제가 생깁니다.
 
지난 3분기까지 실적이 좋았던 LG전자는 현금이 풍족한 상태입니다. 이번 증자에서도 배정 물량 120%에 해당하는 5173만7236주를 청약합니다. 100% 이상 초과청약분은 실권주가 발생하면 초과청약 주식 수에 비례해 배정됩니다. 또 초과청약 주식 수가 실권주에 미달하면 100% 배정됩니다. 이에 따라 이번 증자 후 LG전자의 LG디스플레이 소유지분은 현재보다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유상증자는 구주주의 증자불참 시 의결권 감소, 배당이익 감소 등 기회비용을 야기하는 희석증권입니다. 그래서 보통 증시에선 유상증자 발표 전후 주가하락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합니다. 다만 구주주는 신주인수권 증서를 거래해 희석증권 발행에 따른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회사가 적자를 보며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불가피하게 유상증자를 했을 경우 증시에도 부정적 파장이 큽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3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성 자산과 은행에 맡긴 예금 등을 합쳐 4조원 정도 유동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형OLED 등 신규 투자를 지속하면서 영업적자가 길어지는 통에 부채비율도 올랐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연초 발행한 회사채는 400% 부채비율 이하로 관리해야 하는 계약조건이 달렸는데 3분기말 322.2%까지 올라 자본확충이 필요한 형편입니다. 올 중순에는 일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하락해 신규 회사채로 부채를 메꾸는 리파이낸싱 비용도 부담이 됩니다. 이 때문에 유상증자금 중 3936억여원을 채무상환에 사용, 추가적인 신용하락 또는 이자비용 상승을 억제합니다.
 
이같은 재무개선 목적 외 LG디스플레이는 시설자금 4159억원, 운영자금 5483억여원 등 신사업을 키우는 목표를 어필합니다. 시설자금은 중소형 OLED 관련 시설투자에, 운영자금도 OLED 고객기반 확대 및 신제품 대응을 위한 원재료 매입에 쓸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기존 LG디스플레이가 주력해온 대형 OLED는 주요 시장인 유럽 수요가 위축됐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탓에 금리와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가 나빠진 탓입니다. LCD 패널도 중국업체 중심의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길어졌습니다.
 
이에 LG디스플레이가 돌파구를 찾는 시장이 중소형OLED입니다. 이 시장 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는 꾸준히 양호한 수익성을 방어해왔습니다.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도 중소형OLED 탑재 스마트폰 모델을 확대하면서 시장 수요는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향 의존도가 부담인 애플이 수급다각화를 꾀하면서 LG디스플레이에도 기회가 늘어납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차량용 패널 시장도 중소형OLED 탑재 비중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이런 중소형OLED 시장 역시 중국업체들이 자국 스마트폰 메이커들과 공조하며 저가패널 위주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로선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투자가 절실합니다.
 
패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폼팩터가 폴더블폰으로 바뀌면서 중소형OLED 기술 향상을 위한 고객사향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 흑자전환 시점은 TV시장 수요 회복이 관건으로, 내년 물가와 정책금리 기조 변동 등 거시경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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