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50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또다시 극단의 대결정치…' 윤석열 대통령이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재가했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은 세 번째 거부권 행사인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폐기하면 야당은 관련 법안을 재발의하는 '맞불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악 치닫는 노정 관계…공영방송 독립도 '무력화'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노란봉투법·방송 3법에 대한 거부권 요구안을 의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같은 날 오후 이를 재가하면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등 4개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갔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쌍용차 파업으로 노동자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 과도한 손해 배상을 법으로 막고자 한 겁니다.
그런데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개정안은 유독 노동조합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면서 "기업이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양대 노총이 즉각 반발하면서 노정 관계는 최악 국면을 맞았습니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하고 한 차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부대표급 회의에 참석한 바 있는데, 노란봉투법 재의요구권 행사안 의결 후 '불참'을 선언하고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을 줄이기 위해 KBS·MBC·EBS 이사진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한 총리는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되고, 아울러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 이사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반대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유지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언론자유 탄압'과 '방송 장악'의 움직임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좌파영구 장악법'이라는 거짓선동을 일삼고, 독립성이니 편향성이니 하는 단어를 방송법 거부 이유로 들먹이는 것은 그저 한 편의 블랙코미디"라며 "얄팍한 여론 조작으로 자신들의 무능을 가리려다 망신당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겪고도 언론탄압, 방송통제의 미몽을 버리지 못했나"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거부권→폐기→재발의' 악순환 반복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두 법안은 폐기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야당 의석을 모두 합쳐도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역시 찬성 표 부족으로 폐기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선 2번의 거부권 행사 이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았지만 여전히 '국회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탐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대회'를 열고 '국회 무력화'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거부권' 남발로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국민의 염원마저 무시한 이러한 행태에 대해 국민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국민의 요구를 내동댕이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사실상 폐기시키면 야당이 '재발의'하는 '맞불 정치'가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22일 지난 5월 폐기된 간호법 제정안을 재추진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고영인 의원은 "지난 2달여 동안 보건의료직역간 상호합의 도출을 위해 간호협회, 의료기사단체, 간호조무사협회 등과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세부내용을 조정해 왔다"며 간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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