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대한민국 협상팀 암초: 도 넘는 미국, 선 넘는 극우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국민 삶 큰 피해 주는 협상 수용 안 돼"
2025-07-28 11:35:56 2025-07-28 15:26:47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고,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이며, 한·미 관계는 특별하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양국 관계를 위험으로 몰아가는 미국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깊고 오래된 관계는 상호 행위에 따라 그만큼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관계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우리를 오랜 역사와 신뢰를 무시한 채 압력 행사와 거래 대상으로만 간주함으로써 미국은 한국 대외 관계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트럼프의 미국은 국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미국이 선도하고 온 세계가 힘들게 쌓아왔던 협력의 규범과 약속을 가차 없이 저버린다. 기후협약, 세계보건기구, 유네스코에서 탈퇴하고, 보호무역주의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를 마비시켰다. 트럼프는 적대적인 나라들보다 친구였던 국가들의 등에 칼을 꽂는다. 미국의 배신은 우리 대한민국을 향해 더욱 거칠고, 더욱 부당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0% 관세임에도 25%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무역적자를 돈(관세)을 뜯어내 메우려 한다. 수천억불의 투자기금 갹출은 또 무엇인가.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한국이 기금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관세 몇 프로 선심 쓰듯 깎아주면서 농산물 수입, 디지털 플랫폼 규제 완화 등 한국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양보를 압박한다. 
 
끝이 아니다. 국방비를 대폭 증강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턱없는 수준으로 올려받으려 한다. 이미 작년 하반기 국회를 통과한 분담금 합의를 무효화하고, 현재의 9배이자 우리 예산의 2%에 해당하는 100억달러를 달라고 한다. 기존의 수준에서도 못 쓴 방위비가 2조원이 넘는데도 막무가내 떼를 쓴다. 매년 총액을 정해놓고 분담금을 올리는 구조는 한국이 유일하다. 독일은 시설만 제공하거나, 일본은 미집행분을 불용 처리해 국고로 귀속한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무역 합의에 도달한 후 악수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상호관세 15%'를 골자로 한 무역 합의를 타결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식 갑질의 절정은 전략적 유연성 압박이다. 주한미군의 기본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억지하고,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논란과 불편함에도 기여를 인정하고,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며, 돈까지 주는 것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을 자국의 동북아 전략을 위해 사용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주한미군의 임무가 미국의 전략 수행이면, 비용도 미국이 내는 것이 맞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전쟁에 우리가 연루될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미 군부는 '동맹의 현대화'라는 포장으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넘어 동북아 유사시 한국군을 동원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어느 날, 느닷없이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 사이에서 우리 청년들이 낯선 땅의 전장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던 75년 전에도 강대국의 대리전이었다. 
 
규칙 파괴자 미국과 어려운 협상을 이어가는 대한민국 협상팀에게는 또 다른 큰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선을 넘는 내부 총질이다. 이들은 신줏단지였던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미국이 파괴하고 있는데도 일절 침묵하면서 자국 협상팀은 절벽으로 미는 짓을 서슴지 않는다. 매국을 가르치는 비밀 전문 학원이라도 있어 함께 수강하는 것인지 주장들은 어찌 그리도 유사한지 신기할 정도다. 최근 2+2 협상 무산이라는 미국의 결례 또는 해명에도 이재명정부 패싱으로 둔갑시켰다. 
 
사실 주요 7개국(G7)부터 이어진 야당과 보수 언론의 반복적이고 매국적인 난도질의 연장이다.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한덕수 당시 대행의 협상을 막았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미국에 은혜를 입었다며,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전부 내어줄 기세로 국익을 건 협상을 자기 선거에 이용했던 자를 두둔하는 것이다. 정통성 없는 내란 공모자의 매국 협상을 내버려뒀어야 했다는 말인가.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이 협상을 잘했다는 그들의 주장도 틀렸다.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줄이면서 너무 많은 것을, 그것도 모욕적으로 내줬다. 서명 직전 트럼프가 대미 투자 기금을 즉석에서 펜으로 고쳤을 뿐 아니라, 분기별로 이행을 점검해서 맘에 안 들면 25%로 다시 올릴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협상은 다른 나라에 민폐가 될 나쁜 선례를 남겼다. 트럼프의 부당한 압박을 한국이나 유럽연합(EU) 등과 공조하며 함께 버텨줘야 했는데 방어 진지에서 먼저 이탈해버렸다. 일본의 이탈로 한국 협상팀이 더 어려움에 봉착했다. 
 
국제 규범을 어기고 한·미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당사자가 미국이라는 것은 팩트이자 문제의 본질이다. 자국 이익만 앞세우면서 거칠게 몰아붙이는 미국을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신뢰할 것인지 물어야 할 시점이다. 이재명 '국민주권정부'는 그 이름에 걸맞도록 대응해야 한다. 
 
국민의 삶에 큰 피해를 주는 협상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이 협상이 얼마나 어렵고 불리한지 모두가 이해하고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도 똑같이 겪고 있다. 국민을 믿고 나가면 어떤 결과라도 지지하고 함께 버텨줄 것이다. 사대주의 내란 잔당과 미국의 극우가 한 편이 돼 방해하더라도 우리 국민은 내란을 함께 이겨낸 것처럼 이 또한 함께 이겨낼 것이다. 암초는 암초에 불과할 뿐 대한민국호의 항해를 멈출 수 없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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