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도 암울한데"…건설사 재무건전성도 악화
주요 건설사 3곳 중 1곳, 차입금 의존도 과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감소에 건전성 악화 우려
2023-11-24 06:00:00 2023-11-24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건설업계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습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 우려로 건설사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보유 현금은 줄고 차입금 의존도는 늘어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 할 가능성도 커진 모습입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30대 건설사 가운데 롯데건설·SK에코플랜트·한화·태영건설·코오롱글로벌·아이에스동서·한신공영·HL D&I 등 8개 건설사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사진=백아란기자)
 
통상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으면 차입 부담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는데 30대 건설사 가운데 분기보고서를 공시한 건설사가 22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곳 중 1곳의 차입금 의존도에 경고등이 켜진 것입니다. 물론 건설업 특성상 PF(Project Finance)와 같은 자금조달이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입금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조달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자금 차입을 늘릴 경우 재무건전성 악화를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입니다.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은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로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47%에 달합니다. 지난 2018년 말 20%대를 밑돌았던 SK에코플랜트의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말 37%로 오른 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향후 1년 이래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1조1005억원으로 작년 말에 견줘 23.7% 증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측은 “전사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로, 부채비율도 작년 말 256%에서 3분기에는 210%까지 축소됐다”라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가 돼 재무건전성 개선과 내적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부채비율은 288%로 작년말(359%)보다 줄었지만 순차입금이 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순차입금 비율은 41%에서 93%로 뛰었습니다. 작년 말 42%에 달했던 롯데건설 차입금 의존도는 소폭 떨어졌지만 여전히 30%대를 웃돌았습니다. 이밖에 아이에스동서와 한신공영, HL D&I한라의 경우 3년 연속 30%대를 기록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문제는 차입금 의존도가 늘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회사채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데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신규 사업장 착공 지연, 미분양 위험이 신용도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섭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시공능력평가 순위 32위인 신세계건설의 무보증 회사채 전망에 대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습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정부 지원이나 자산 담보 없이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사들의 볼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대형 건설사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들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쪼그라든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와 같은 대형건설사를 포함해 금호건설, 동부건설, KCC건설 등 15곳에 달합니다. 대형 건설사의 경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까닭에 당장 유동성 위기는 겪지 않을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경우 차입금과 회사채를 통한 외부자금 이자 비용이 상승하게 돼 자금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지난해 이후 불거진 PF 차환리스크 대응과정에서 확대된 재무부담과 실적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저하로 올해 9월 말 기준 건설사 합산 순차입금은 10조원 이상으로 확대됐다”라며 “건설사들의 현금흐름 저하와 더불어 재무구조나 자본시장 접근성이 취약한 중견 이하 건설사의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PF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관련 리스크가 지속되거나 자체적인 유동성 대응력이 약화된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건설사 사업과 재무적 대응력 변화 수준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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