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카카오(035720)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
’이
22일 뉴스 검색 서비스를 기습 변경하면서 뉴스 과점체제 강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다음이 이처럼 ‘콘텐츠 제휴 언론사
(CP사
)’만 노출이 되게끔 일방적으로 뉴스 검색의 기본값을 바꾼 것을 두고, 정권에 비판적인 중소 언론사의
‘언로
’를 막는 등 정부 압박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릅니다
. 그 다음 수순은 네이버라는 설까지 파다한 가운데, 궁극적으로는 구글처럼 국내도 포털이 뉴스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이 22일 뉴스 검색 설정 값을 '제휴 언론사'만 노출 되도록 기능을 변경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포털 다음은 22일 오후 공지사항을 통해 “지난 5월부터 전체 언론사와 뉴스제휴 언론사를 구분해서 검색 결과를 제공한 6개월 간의 실험을 바탕으로 검색 결과의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에서 ‘뉴스제휴 언론사’로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제휴 언론사와 별도의 협의나 사전 공지 없이 기능을 바로 적용했습니다.
다음은 뉴스 검색 기본값을 변경하면서 꼼수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이용자들이 뉴스 검색 설정을 ‘전체’로 변경하면 검색 결과가 ‘30일만’ 유지되는데요. 30일 뒤에는 다시 ‘뉴스 제휴 언론사’만 검색되게 원복 장치를 넣어둔 겁니다. 뉴스 검색을 ‘뉴스 제휴 언론사’로 설정할 경우엔 검색 결과가 ‘계속 유지’됩니다.
다음의 뉴스 서비스 검색 설정 변경 안내글 (사진=다음)
다음은 이러한 검색 설정 변경 배경에 대해 “제휴 언론사의 기사가 전체 언론사의 기사보다 높은 검색 소비량을 보인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다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존에도 이미 제휴 언론사들의 기사만 포털 대문에 노출하는 상황인 데다, 여론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서비스를 변경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건데요.
그 이면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 등 카카오가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가짜뉴스 척결’을 기조로 한 정권의 압박에 ‘사면초가’ 상태인 카카오가 알아서 굴복해 정부에 비판적인 중소 언론사의 ‘언로’를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겁니다. 이러한 '언로의 제한'은 결국 여론의 다양성을 해치고 국민의 알 권리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 압박에 다음이 굴복한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포털 검색을 컨트롤하면 비판적인 중소 언론사들을 통한 여론 확산을 막을 수 있고 원하는 여론 조성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여성이나 소수 계층을 대변하는 등 중소 언론사가 표방하는 가치들이 완전히 말살될 수 있다”라며 “여론의 다양성이라는 인터넷 매체가 갖고 있는 특성을 통해 소수의 의견들이 전달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제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도 “다음이 제휴 언론사 간 협의도 없이 기능 변경을 하는 것은 횡포라고 볼 수 있다”라며 “포털 플랫폼의 뉴스 서비스와 관련해서 계속된 압박을 통한 정치권의 ‘포털 길들이기’가 먹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다음의 이번 조치가 네이버로 확장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네이버 역시 지난 9월 CP사만 검색되는 기능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기본값으로 ‘전체’ 검색이 나오지만 다음처럼 언제든지 ‘CP사 검색’으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뉴스 검색 설정 변경과 관련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가 야기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포털 플랫폼에 종속된 우리나라의 기형적 언론 지형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언제든 포털을 흔들면 간접적으로 언론사들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 교수는 “정부는 포털 사업자를 압박해서 본인이 원하는 여론 지형을 만들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압박이 들어왔을 때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압박의 수위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네이버나 포털이 하고 있는 뉴스 서비스 자체를 시장 원리에 의해서 없애야 한다”라며 “‘대안 포털’ 등 새로운 형태의 뉴스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자발적인 세력 출범이 필요하다”라고 짚었습니다.
한편, 카카오 측은 이번 설정 변경과 관련해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는데요. ‘중소 언론사 배제 등 다양성을 해칠 수 있는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옵션에 전체 뉴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전체 뉴스를 선택한 이용자들은 전과 다름없이 이용할 수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