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과연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혁신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최근 인 혁신위원장이 당정관계와 관련하여 “나는 월권하지 않는다”고 답해 당초 “기회가 주어지면 대통령과 거침없이 이야기하겠다”고 한 발언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2호 혁신안의 핵심으로 ‘영남중진 수도권출마론’과 ‘동일지역 3선 연임 금지론’을 내세워서 혁신의 방향을 당정관계보다는 당내부에 맞추는 태도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당정관계 혁신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영남중진 수도권출마론’은 ‘영남 중진 물갈이론’을 명분으로 영남의 빈자리를 ‘윤심공천’으로 채우는 이른바 ‘친윤정당 만들기 꼼수전략’이라는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다. 이에 혁신위는 수직적 당정관계를 혁신하는 대안제시가 가장 본령이라는 것을 더 이상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요하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방전을 적극 배우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선후보였던 노무현은 2002년 8월 23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워크샵의 연설에서 “우리는 당 개혁 방안을 통해 당정분리와 국민경선제, 상향식 공천제 등 혁신적 제도개혁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정착시킴과 동시에 정치시스템도 과거의 피라미드식 수직 시스템에서 수평적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라고 자신의 처방전을 제시한 바 있다.
노무현의 처방전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의 권력을 포기하고 당직 임면권과 재정권, 공천권을 갖지 않는다는 것과 국무총리 중심으로 ‘분권형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대통령이 포기한 총재권력은 ‘국민참여경선제’와 같은 ‘미국식 예비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로 대체되어 법제화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노무현은 여야 합의로 ‘미국식 예비경선제’가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당 총재의 공천권을 포기하여 낭패를 보기도 했다.
노무현은 국무총리 중심의 분권적 국정운영을 위해 정무수석실을 폐지하고 ‘국무총리 중심의 분권형 국정운영’을 시도했다. 분권형 국정운영은 부처별 당정협의,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를 통한 정책조율을 비롯해 수시로 고위당정회의와 당정간담회 등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관련회의의 횟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는 2006년 5회, 2005년 3회, 2004년 5회를 진행했다. 당정간 고위당정회의 및 간담회는 2006년 13회, 2005년 43회, 2004년 16회를 진행했다. 여당지도부 초청간담회는 2005년 2회, 2004년 2회를 진행했다. 분야별 당정간담회도 2006년 7회, 2005년 10회, 2004년 7회를 개최했다. 당정청 워크샵은 2005년 2회, 2004년 1회를 진행했다. 부처별 당정협의는 2006년 105회, 2005년 108회, 2004년 52회를 진행하였다.
수평적 당정관계를 위한 노무현의 혁신은 ‘국민참여경선제’와 ‘국무총리 중심의 분권형 국정운영’으로 요약된다. 인 혁신위원장은 노무현의 처방전을 수렴하여 수평적인 당정관계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미국식 예비선거제는 이미 중앙선관위가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오픈프라이머리 경선제 제도화)으로 2011년과 2015년 제안했으니 이를 공론화하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의 공천혁신이 성공해야 민주당도 변한다. 민주당도 ‘개딸 중심의 이재명 사당화체제’와 친명과 비명간의 ‘계파공천갈등’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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