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제대로 된 정조준이 필요하다
2023-11-08 06:00:00 2023-11-08 06:00:00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 받은 것이라 부도덕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 행태에 대해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
 
카카오 계열사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꼭 집어 지적한 이후 긴장도가 더욱 높아진 모습인데요. 어쩌면 이 수난은 예고된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카오톡이 그러하듯, 카카오 이름이 붙은 서비스들은 늘 일상 속 혁신을 추구한다는 큰 방향 아래 발전해왔죠.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 중소기업과 갈등은 필연적이었고, 지금은 이제 정부의 칼날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업적 측면에서 볼 때, 사실 카카오가 대기업과 맞붙었을 때는 이렇게까지 비난받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카카오가 있게 한 일등 공신인 카카오톡, 보이스톡 서비스를 떠올려볼까요. 각각 문자 메시지와 음성 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며 통신사들과 맞서는 듯한 모양새가 됐을 때 사용자들은 주저 없이 카카오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때만 해도 카카오엔 시장의 기존 강자에 맞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었죠. 국민기업 카카오가 된 배경입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카카오는 어느덧 문어발식 확장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원래 문어발식 확장은 재벌기업을 일컬을 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수식어였는데, 이제 그 타이틀을 오롯이 카카오가 짊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떡볶이를 판다, 대기업이 MRO(소모성 자재산업)에 뛰어들며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던 뉴스는 이제 저 먼 옛날옛적 얘기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대기업이 할 만한 사업과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업이 있다는 게 일반 대중의 보편적 감수성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카카오는 기존 대기업과는 좀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벤처 스타트업 기업이던 시절부터 타깃으로 삼은 사업 영역 자체가 애당초 일상 속 서비스였기 때문이죠. 떡볶이나 MRO가 아니라 ICT기술로 경쟁하려 한 기업이기도 하고요. 카카오의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는 분명 막아야 함이 마땅함에도 현재의 전방위 화살이 마음에 걸리는 이유입니다. 비단 카카오에 한정된 얘기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들이 아마 비슷한 심경으로 카카오의 현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 겁니다. 플랫폼 사업이란 게 사실 세상에 아예 없던 걸 뚝딱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고, 있던 것을 디지털 전환하면서 사용자 편의를 제고하는 식으로 운영되곤 하기 때문이죠.  
 
플랫폼 기업들이 일궈온 기술혁신, 문자서비스를 유료로 쓰다 카카오톡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편의성, 카카오택시를 처음 잡아 탔을 때 느꼈던 반가움까지 이제 부정해야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정부의 칼날이 부디 플랫폼을 망하게 하는 방향이 아니라 플랫폼을 건강하게 하는 방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금감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합의한 것이 (회계원칙에) 맞는다면 왜 이제와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는데요. 정부와 다른 시각에서 보던 것을 이제라도 수정해나가려는 움직임까지 부정하며 칼날을 무분별하게 들이대진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기왕에 택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다면 택시회사 사납금 문제도 같이 들여다봤으면 좋겠네요. 사납금 제도는 매일 일정 수준의 금액을 회사에 내고 초과분은 택시기사가 갖는 것인데, 만약 사납금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모자란 부분을 택시기사가 채워야 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해서 지난 2021년부터 서울지역에서는 기존 사납금제도 대신 전액관리제가 시행 중인데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택시회사가 사납금보다 높은 성과기준금 설정하는 식으로 대응하며, 사실상 사납금을 이름만 바꾼 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택시 사업자 단체의 목소리 외에 택시 기사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심이 깃들여진 정부의 칼날을 기대합니다.
 
김나볏 중기IT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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