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캐스퍼' 재고…할인으로 털고 내년 전기차로 간다
캐스퍼 11월 최대 250만원 할인
올해 생산 4만5000대, 3만6000대 판매 그쳐
재고 처리해 내년 전기차 전환 속도
12월10일까지 공장가동 중단, 내년 7월 출시
2023-11-06 14:09:29 2023-11-07 08:32:3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할인을 통한 재고 소진에 나섰습니다. 내년부터 전기차 생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인데요. 경차시장 부활을 이끌었던 캐스퍼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캐스퍼를 최대 250만원 할인합니다. 즉시 출고가 가능한 재고 차량이 대상입니다.
 
현대차 캐스퍼.(사진=현대차)
 
이날 기준 재고는 2535대입니다. 지난 1일부터 할인을 진행해 5일동안 약 1000대 이상이 팔려나갔습니다. 캐스퍼 가솔린 1.0터보 스마트 트림에 95만원 상당의 캐스퍼 액티브Ⅰ 옵션을 적용한 차량의 경우 기존 1480만원에서 220만원 할인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배송까진 3~5일 수준입니다.
 
캐스퍼는 지난해 4만8002대가 팔려 현대차 레저용차량(RV) 중 팰리세이드(4만9737대)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습니다.
 
현대차 위탁을 받아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2021년 9월 양산체제에 들어가 1만2100대, 지난해 5만대 등 누적 생산 6만2100대를 달성했죠. 올해 10월 1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출시되자마자 흥행가도를 달렸지만 올해는 상황이 어려워졌습니다. 올해 1~10월 캐스퍼 판매량은 3만5729대로 전년동기대비 8.2% 줄었습니다. 올해 생산 목표도 4만5000대로 지난해 5만대에서 10% 줄였지만 판매량이 동반 감소했습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조립공장.(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당초 GGM은 2021년 1만2000대, 지난해부턴 연간 생산 목표를 7만대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와 5년간 7만대씩 총 35만대를 위탁생산하는 협약에 따른 것인데요. 하지만 지난해 계약한 생산 물량은 5만대였습니다. GGM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10만대로 손익분기점은 7만대 수준입니다. 생산량 조정은 이미 캐스퍼 판매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올해도 연말까지 2달 남은 상황에서 1만대 이상 판매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현대차가 할인을 통해 재고 소진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역시 연말 현대차 모델 중 유일하게 재고 할인이 적용되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렸습니다.
 
현대차가 캐스퍼 재고 소진에 적극적인 이유는 전기차 전환 때문인데요. GGM은 지난 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전기차 생산시설 기반 구축에 들어갔습니다. 내년 2월부터 6월까지 시험생산을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방침입니다. GGM은 내수와 수출을 병행할 계획입니다.
 
현대차 캐스퍼 전기차 스파이샷.(사진=motor1)
 
GGM 관계자는 "내년 7월부터 캐스퍼 전기차를 생산해서 판매가 잘 이뤄지면 35만대 이상으로 오랫동안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는 최근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차명을 확정했습니다. 앞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이 내연기관차처럼 흥행할 수 있을지 관건입니다. 업계에선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내 시장에서 배터리 탑재 용량이 적은 경형 전기차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격도 중요합니다.
 
앞서 출시된 기아(000270) 레이EV의 경우 35.2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돼 205km(복합)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습니다. 가격은 2775만원부터 시작해 보조금 적용시 2000만원대 초반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레이EV와 같은 LFP 배터리가 적용되고 동력계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력계는 미국 자동차 부품 기업 보그워너에서 경차용 통합 드라이브 모듈(iDM)이 장착될 예정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캐스퍼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을 쓸 수 없어 주행거리가 짧고 보조금을 받더라도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전체적인 가성비를 어떻게 느껴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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