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한화오션이 인수합병(M&A)후 경영 정상화 작업이 순조롭다는 듯 조선소를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6~7월 하청 노동자들의 농성으로 작업이 중단됐던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1도크는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쌓인 선박 건조에만 물두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방문한 한화오션의 경남 거제사업장. 길이 530미터, 폭 131미터, 높이14.5미터 한화오션의 1도크에는 조선업계 내 고부가가치로 불리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습니다. '하프(harp) 선박' 2척과 '풀(FULL) 선박' 2척입니다. 진수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 풀 선박은 내달 4일 도크에서 빠지게 됩니다. 남은 하프 선박은 도크에 재배치돼 풀 선박으로 작업되며 또 다른 2척의 하프 선박이 들어오게 됩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초대형 선박은 길이가 400미터, LNG운반선은 300미터 정도로 선박이 점점 대형화되다 보니까 2척은 풀 선박으로 한번에 건조하고 나머지 2척은 쪼개서 만들어 진다"며 "5주에 한번씩 풀 선박 2척이 진수돼 물위로 나오며 기계적인 공정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1도크 내에서 4척의 선박이 연속적으로 제작되는 겁니다. 건조되는 선박 크기에 맞춰 도크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때 1도크는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지난해 6월초부터 7월말까지 총 51일간 임금 인상을 요구로 점거농성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진수작업이 불가능해 선후 공정이 밀려 막대한 손실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올해 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동종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협상을 타결하며 이전과 같은 '파업 리스크'를 해소했습니다.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LNG운선 4척이 동시 건조되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 시절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1도크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고부가가치 LNG선 수주잔량 증가…실적 개선 전망
현재 한화오션의 선박 수주잔량 99척 중 LNG운반선은 65척입니다. 전체 수주잔량 중 66% 수준입니다. 한화오션은 이같은 LNG운반선 연속 건조를 통해 안정적으로 경영 실적을 개선할 전망입니다.
앞서 3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 한화오션은 12개 분기만에 적자를 탈출했습니다. 한화오션은 매출액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 당기순이익 231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그룹으로 합병된 뒤, 경영 체질 개선과 사업부의 조직을 개편하지 않는 등 효율성 강화와 생산성 향상에 주력한 게 흑자달성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조만간 카타르에서 대규모 LNG운반선 발주도 예정돼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LNG운반선 수주잔량이 추가될 것을 예상해 2도크도 내년부터 LNG운반선 연속 건조에 들어갈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LNG운반선이 고부가가치인 만큼 앞으로 실적이 한층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한화오션은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영업익 5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워뒀습니다.
인구 330만명 탑승 가능한 대규모 친환경 유조선 공개
한화오션 이중연료 추진 VLCC.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은 이날 선주 인도를 코앞에 둔 친환경 유조선도 소개했습니다. 이중연료추진 시스템이 적용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입니다. 이날 승선한 VLCC는 60미터로 아파트 15층 높이입니다. 총 1년 3~4개월의 건조 과정을 거쳐 30일 말레이시아 선사에 인도됐습니다. 이 선박에는 원유를 운반할 15개의 원유탱크가 있습니다. 탱크는 총 원유 30만톤(t)을 운반할 수 있는데, 이는 사람 330만명을 모두 태울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입니다.
특히 이 이중연료추진 VLCC는 기존선박유와 LNG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 선박으로 불립니다. 이 선박에는 고압 이중연료 추진엔진(ME-GI 엔진)과 고망간강을 사용해 -163도의 액화 LNG를 견딜 수 있는 성능을 갖췄습니다. 선박에 1750입방미터(㎥)급 LNG탱크들이 설치돼 있는데 이 탱크에 실린 LNG가 연료로 쓰이는 겁니다.
LNG는 기존 선박 연료(벙커C유)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연료로 꼽힙니다. 이 선박은 2025~2030년 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이상 감축해야 하는 IMO의 에너지효율지수 3단계(EEDI)에 부합합니다.
한화오션, 이중연료 추진 VLCC 모습. 초록색 탱크는 LNG연료 탱크. (사진=한화오션)
산업용 로봇 개발…노동자 작업 환경 개선, 인력난 해결
한화오션, 무레일 EGW 용접 장치.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현재 산업용 로봇을 투입해 조선업 해결과제 중 하나인 인력난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공정 과정에서 각각 만들어진 선박 블록(조립 형태 부품)들은 서로 용접을 해 하나의 선박으로 탄생합니다. 하나의 선박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선종에 따라 작게는 2000여개 많게는 4000여개의 블록들이 모두 용접 작업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용접 작업은 블록과 블록이 만나 협소하고 밀폐된 열악한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한화오션은 이같은 상황에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고, 각기 작업 상황에 적합한 용접용 로봇을 개발,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날 공개한 한화오션의 '무레일 EGW'는 선박의 대량 건조를 위해 대교무 블록 탑재 조립 공업에 따른 용접공정 단축하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레일이 없어 별도 준비시간 없이 바로 용접이 가능합니다. 곡부위 용접도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기존 국산장비와 일본장비의 경우 용접 장비를 사람이 직접 제어해야 했지만 무레일 EGW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제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비의 무게가 일반형 13.5킬로그램, 경량형 8.5킬로그램으로 기존 장비들(국산장비 138킬로그램·일본장비 143킬로그램)보다 10배 이상 가벼워 작업자들이 사용하기 편리합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능형 생산혁신 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생산 현장에서 용접과 가공 등 주요 공정에서 활용하고 있는 로봇은 총 80여개"라며 "조선소 사업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오션, 오비탈 GTAW 용접장치. (사진=한화오션)
경남 거제=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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