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적자 규모를 지난 2분기와 비교해 1조원 넘게 줄였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주력 제품의 판매가 대폭 늘어난 덕분입니다. 올 1분기 적자를 냈던 D램 부문은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는 HBM·DDR5 등 고부가 제품 투자를 확대하고, 차세대 제품 중심의 공정 전환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조79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전환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지난해 4분기(1조8984억원), 올해 1분기(3조4023억원), 2분기(2조8821억원)에 이어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지난 2분기와 비교해 적자 폭은 1조901억원 축소됐습니다. 매출은 9조662억원으로 17.5% 줄었고, 순손실은 2조1847억원으로 적자전환했습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고성능 메모리 제품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영 실적은 지난 1분기를 저점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 AI용 메모리인 HBM3, 고용량 DDR5와 함께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 제품들의 판매 호조로, D램 부문은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SK하이닉스는 "무엇보다 1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D램이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한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내년 시설투자(케펙스·CAPEX) 규모를 올해보다 늘리지만 투자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 등을 고려해 증가분은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 DDR5, LPDDR5 등 고부가 D램 주력 제품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내년 말까지 D램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생산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도록 선단 공정 전환에 힘쓸 예정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시장 주도권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3뿐 아니라 HBM3E까지 내년도 캐파(생산능력)가 이미 솔드아웃(매진)된 상태"라며 "현재도 고객들의 추가 수요 논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객이나 시장 관계자로부터 우리의 HBM3 캐파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내년뿐 아니라 2025년까지 대다수 고객사·파트너와 기술 협업·캐파 논의를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과 관련해 SK하이닉스는 "이번 딜로 당사가 키옥시아에 투자한 투자 자산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해당 건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계약으로 인해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 공장 운영에 대해서는 "당사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선정돼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면서도 "지정학적 상황과 시장 수요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할 사안인 만큼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까지는 메모리 산업 전반의 수요 약세와 높은 재고 수준으로 감산과 투자 축소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향후 추가적인 투자와 운영은 시장 상황과 본사 생산 시설 확보 현황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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