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KDB생명의 후순위채 모집에서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요. 자체적인 자금 조달 등을 동원하면 자본 확충에 필요한 금액을 맞출 수 있겠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후순위채 발행이 여의치 않으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자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12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모집을 진행하고 있는데 100억원 가량 미달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후순위채 발행은 오는 22일인데요. 리테일 투자자를 대상으로 막판 수요 모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마련한 비용은 전부 채무 상환 자금으로 쓰일 자금입니다. KDB생명은 이번달 중으로 2200억원 콜옵션을 이행해야 하는데요. 이 중 12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한 겁니다. 하지만 부족한 100억원은 자체적으로 추가 마련해야 합니다. 100억원을 마련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당장 자본확충이 중요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 부담이 지워지는 셈입니다.
KDB생명이 시급히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는 건 재무건전성 지표인 신 지급여력비율(K-ICS)이 낮기 때문입니다. 3월말 KDB생명 K-ICS 비율은 47.7%에 머물렀습니다. 금융감독원 경과조치를 적용하면 101.7%로, 금융당국 적기시정조치 기준 100%를 겨우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권고치인 150%는 여전히 크게 밑도는 실정입니다.
물론 KDB생명이 이번 후순위채 발행에서 1100억원 수요를 모은 것에 대해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몰려들어 있고, 산업은행 보증도 없는 상태서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자본확충이 필요한 KDB생명 입장에서 미달이 예상되는 후순위채 발행 카드를 꺼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자본확충 수단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고려할 수도 있는데요. 다만 후순위채에 비해 조달 금리가 높아 보험사의 부담이 큽니다. 보험사 후순위채는 10년 만기 발행을 하더라도 5년 조기상환이 가능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그렇지 않습니다. 5년이 지난 시점부터 채권 발행 금액은 자본 인정 한도가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조기 상환이 어렵다면 갈수록 재무건전성에는 부담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KDB생명의 경우 후순위채 수요가 부족하다고 판단이 되고 자본확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사 후순위채 유통 물량이 많아 투자자 입장에서 KDB생명 후순위채를 선택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 실적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인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결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중 인수 의사를 결정할 예정인데요.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KDB생명의 자본확충 능력과 재무건전성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 인수 결정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KDB생명 후순위채 발행 실적과 이로 인한 전망이 인수 여부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KDB생명이 1200억원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100억원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사진=KDB생명)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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