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불참…미중, 진영외교 눈치전
신냉전 속 주목받는 아세안·G20 정상회의
미중 '체리피킹' 외교에 한국 '실리' 추구해야
2023-09-06 16:51:29 2023-09-06 22:23:07
 
[뉴스토마토 박진아·박주용 기자] '진영 외교'를 앞세운 미중의 전략게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의는 건너뛰고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만 참석합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두 회의 모두 불참합니다. 주요 2개국(G2) 정상 모두 필요한 동맹만 콕 찍어 관계를 강화하는 '체리피킹(취사선택)' 외교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외교 전문가들은 6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 속에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바이든 '아세안 패싱'…'중국' 의식한 외교전략
 
미얀마 사태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등 숱한 역내 현안 속에 아세안 정상회의가 5~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이어 오는 9~10일에는 인도 뉴델리에서 G20 정상회의가 잇따라 개최되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는 불참하고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반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두 회의 모두 불참합니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두 정상 모두 체리피킹 외교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는 자국의 실리를 챙기는 외교 전략을 뜻합니다. 
 
최근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가 고착화하면서 미중의 전략게임이 본격화하는 모습인데요. 미국이 아세안 정상회의를 건너뛰고 G20 정상회의에만 참석하는 것은 인도네시아보다 베트남에 집중하면서 중국 견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힙니다.
 
비동맹주의를 고수하는 인도네시아는 미중 어느 편에도 기울지 않을 가능성이 큰 반면, 베트남은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에 베트남에 집중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이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G2, 현상 타파 대신 '현상 유지' 원한다"
 
이번 아세안·G20 정상회의에서는 두 정상이 마주치지 않으면서 미중의 정면대결은 피한 모습입니다. 윤 대통령은 두 회의 모두 참석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윤석열정부가 미국의 선봉대 역할이 아닌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이 두 회의 모두 참석하지 않는 것은 국내 정치·경제 문제 때문인 것 같다"면서도 "미중 모두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에 대해 현상 유지를 하려고 하지, 현상 타파를 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한미일 구조도 보면 미국이 '기획 조정', 일본이 '대기'조, 한국은 '선봉대' 역할만 하고 있다"며 "윤석열정부는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은 전혀 없는 '반쪽 평화'만 유지한 채 미국의 선봉대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중 정상 모두 만나도 별다른 게 없고, 서로 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양국의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동남아시아는 사실 이미 중국의 세력권 안에 들어갔다고 보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오는 11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과연 시 주석이 올 것인지가 더 관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소장은 이어 "중국은 현재 동북아 지역에서 신냉전의 상황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고, 관리를 잘해서 추후 기회를 보고 싶어 한다"며 "한국이 현재 취하고 있는 외교 정책은 한국의 생각일 뿐,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상당 부분 무효화 조치를 해야 하는데 윤석열정부가 하겠냐.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 보면 전혀 실리가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특별한) 어젠다가 부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아세안 전체에 대해 미국의 메신저 역할, 즉 대변자 역할밖에 더 하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박주용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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