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청년, 신혼부부 등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기 위해 청약·금융 등 각종 주택지원 제도를 개선합니다. 다만 빚 상환 능력을 생각하지 않는 청년층의 무리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남습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연간 7만호 규모의 특별공급 물량을 공급하고, 소득제한을 대폭 완화합니다. 즉, 저리로 주택 구입자금을 빌릴 수 있는 특례 대출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번 조치는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젊은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먼저 공공분양 특별공급(특공)으로 연간 3만호의 신규주택이 공급됩니다.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올해 기준 3인 가구 이하 976만원), 자산 3억7900만원 이하입니다. 민간 분양의 경우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때 출산 가구에 우선 기회를 부여합니다. 소득 요건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60%(3인 가구 이하 1041만원)로 물량은 연 1만 가구입니다.
특히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출산 가구에 대해 주택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신생아 특례 구입자금 대출 제도가 도입될 방침입니다.
대상 가구는 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로 소득에 따라 1.6~3.3% 특례금리를 최장 5년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주택 가액은 기존 6억원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하고 대출 한도도 4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어납니다.
공공주택 특공은 추점제를 신설합니다. 맞벌이 가구에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200%(1302만원) 기준을 적용하는 등 혼인가구에게 불리한 청약제도가 손질됩니다.
다만 청년층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또다시 낮아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영끌족을 대거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서민·실수요층의 내 집 마련과 대환대출 지원을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는데, 소득 요건을 없애고 주택 가격의 상한을 높여 대출 요건을 완화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대거 부동산 시장에 다시 유입된 바 있습니다.
실제 올 상반기 공급된 특례보금자리론의 자금 용도별 분포를 보면 전체 공급액(28조2000억원)의 약 56.4%인 15조9191억원은 신규주택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5월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특례보금자리론을 가계대출 증가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전국 부동산 바닥론이 확산하고 주춤했던 매수심리까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과거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쳤던 젊은 층의 매수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총 1068조1430억원으로 한 달 새 약 6조원 불어나면서 2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영향 때문인데, 해당 기간 주담대는 5조9636억원 증가했지만 전세자금 대출은 2000억원 감소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012년 당시 이른바 하우스푸어로 고통을 겪었던 세대들이 있다"며 "10여 년 만에 다시 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수순"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MZ세대들은 소득보다 빚이 더 늘어났는데,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집을 산 영끌 푸어는 하우스푸어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정부가 저출산 위기에 대응하고자 청년 신혼부부에 대한 주택구입자금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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