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침묵'…용산·여론 '눈치만'
여 "국방부·육사 여론 고려해 결정" 언급만
여권 일각에서 비판…"영웅 두번 죽이지 말라"
2023-08-28 16:18:59 2023-08-28 18:47:2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야당은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민족적 폭거라며 거세게 비판하는 반면, 여당은 국방부가 육사와 함께 올바른 결정을 할 것이라는 언급만 있을 뿐 당 차원에선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집권여당의 '침묵'에 대해 또다시 용산 대통령실 눈치 보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살피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기현호 '묵묵부답'…국방부에 책임 '떠넘기기'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0월2일 임시공휴일 지정 요청·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민주당의 반일선동 비판·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 1년 평가 등만 언급했을 뿐, 육사 내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와 관련해서는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오염수 방류 자체를 반길 수야 없는 일이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정한 공인기준과 과학적 분석에 따른 결론을 무시하고 독단적 억지를 부리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뢰성을 추락시켜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민주당도 무리하게 억지 부리면서 나치 괴벨스식의 낡아 빠진 선전·선동을 하던 길거리 투쟁을 중단하라"고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육사 내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논란에 대해 "흉상 철거가 아닌 독립기념관 이전 문제로 알고 있다"며 "국방부가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이어 "이를 저열한 역사 인식이라고 하는 것은 사안 실체를 국민께 말하지 않고 정쟁으로 일관하는 민주당식 선전·선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이어 김태흠까지…내부조차 "이념 과잉" 비판
 
이 같은 집권여당의 침묵은 용산 대통령실 눈치 보기와 함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살피기에 급급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때문에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조차 육사 내 독립영웅 흉상 철거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범도 장군은 조국을 위해 타국만리를 떠돌며 십전구도했던 독립운동 영웅"이라며 "6.25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한 중공군도 아닌데 철 지난 이념논쟁으로 영웅을 두 번 죽이는 실례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홍 장군이 한국전쟁을 일으킨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한 중공군도 아닌데 이제 와 논란을 만드는지 참 할 일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흉상 철거 이유가 홍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는데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며 "홍 장군은 해방 2년 전 작고해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한국전쟁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그렇게 할 거면 홍범도 장군에 대한 서훈을 폐지하는 게 맞지 않나.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 추서한 건국훈장 말이다"며 "국가가 수여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던 일에 대한 조정 과정을 국방부와 육사가 추진한 것 아닌가 싶은데 과유불급"이라며 "(홍 장군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1962년 건국훈장을 받았고 박근혜 대통령 시절엔 대한민국 해군에 홍범도함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야당 역시 연일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민족적 폭거이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적, 반민족적 폭거"라며 "국군의 근간이 되는 육군사관학교는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정체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의당도 "진영 논리에 매몰돼 나라의 뿌리마저 현 정권 입맛대로 바꾸려는 '역사 전쟁'이 시작됐다"며 "자신의 편, 자신의 기준 밖의 모든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는 그야말로 반역사적이고 반국가적인 책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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