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건설사…사법리스크 눈덩이
소송 포함 기타 충당부채만 1조원
빈번해진 하자보수 소송…"앞으로 더 증가"
2023-08-28 06:00:00 2023-08-28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연이은 건설현장 붕괴사고로 안전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인천 송도 홈플러스 지하주차장에서 천장 마감재가 떨어졌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던 4년여 전 시공사인 호반건설과 홈플러스 측은 복구 비용과 영업 손해 등에 관한 법정 다툼을 시작했고, 아직도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하자보수를 비롯해 보상, 입찰담합 등 여러가지 이유로 건설사들은 소송에 휘말린 상태입니다. 지난한 법정 다툼 끝에 불리한 판결이 나온다면, 큰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아파트 입주민·기관 등과의 하자소송 등이 빈번한데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 관리 기조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주차장 붕괴와 침수 등 공동주택 하자 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사법 리스크로 전이된 것입니다.
 
이에 잠재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쌓아두는 충당부채도 늘었습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를 공시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 10곳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충당부채는 총 4조6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소송 관련 충당부채를 포함한 '기타 충당부채'는 1조원 수준으로 1년 새 2배 가량 뛰기도 했습니다.
 
통상 건설사는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등 현금 흐름이 위축되는 상황이나, 공사 후 발생하는 하자와 손실 비용을 예상해 미리 부채로 설정합니다.
 
서울 대법원에서 대법관들이 선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자보수 분쟁이 소송전으로
 
문제는 일반적인 하자보수 수준을 넘어 분쟁이나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경우 충당부채로 설정돼 재무지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들어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하자보수 관련 소송도 건설사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실제 GS건설의 경우 올해 상반기 송도파크자이 피청구소송 등 올해 상반기에만 3개 아파트 단지에서 하자보수 관련 소송을 당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GS건설이 피소된 소송은 199건으로, 작년 말 203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소송건수는 적지 않습니다. 연결기업의 지분을 고려한 소송가액은 5921억2000만원으로 11% 증가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새 아파트 하자 보증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증기간 동안 제대로 보수가 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비용으로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물량이 많은 건설사들이 아파트 하자소송 건수도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소송 등 기타 충당부채 증가세
 
현대건설의 충당부채는 작년 상반기 3780억46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4247억7500만원으로 12.4% 증가했는데, 이 중 소송 충당부채가 98억6700만원에서 188억9300만원으로 91.5%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엔지니어링의 충당부채는 1675억3800만원에서 1538억9400만원으로 8.1% 줄어든 반면 소송 충당부채는 48.7% 증가한 124억400만원으로 잡혔습니다.
 
연결회사를 포함해 현대건설이 피해보상청구 등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은 160건으로, 소송가액은 4613억2000만원입니다.
 
올 상반기 대우건설은 5711억5500만원의 충당부채 중 1310억1500만원을 소송 및 지급보증 등과 관련한 기타 충당부채로 설정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4% 확대된 수치입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소송 충당부채만 따로 공개하고 있진 않다"고 답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충당부채는 3044억원에서 2710억원으로 11% 감소했습니다. 작년 상반기 180억원으로 잡혔던 소송 충당부채가 올해 상반기에는 없어졌습니다. 충당부채로 잡아놨던 건이 지급의무 소멸 등으로 환입됐다는 게 SK에코플랜트 측의 설명입니다.
 
DL이앤씨는 하자보수기간 만료에 따른 부채 삭감으로 소송 충당부채는 22.1% 감소했으며, 전체 충당부채 또한 14.1% 줄었습니다.
 
앞으로 하자 관련 분쟁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데다 안전·품질문제가 이슈화되면서 민감도도 커졌다"며 "내부적으로 하자보수 요구와 관련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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