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사고 본사 이전하고"…중견건설사, 개발사업에 승부수
HDC현산·DL건설·계룡건설 등 재고자산 내 용지 급증
부채비율 악화 등 리스크에도 자체개발사업 강화 차원
회전율은 부진…서희건설·이랜드건설, 본사 이전도 추진
2023-08-18 06:00:00 2023-08-18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중견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를 틈타 부지를 매입하며 재고자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 내에 포함되는 용지의 경우 주택건축 등 디벨로퍼 사업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는 점에서 자체개발사업 등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순위 11위부터 30위까지 중견건설사 중 반기보고서를 공시한 13곳의 건설사 절반(54%)이 재고자산 내 용지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이 용지를 줄인 것과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건설사 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일반적으로 용지 매입 등 운전자금 관련 외부차입이 증가할 경우 부채비율이 상승해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견사 입장에서는 고금리와 분양시장 양극화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중장기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개발 사업 효과를 노릴 수도 있습니다.
 
건설사별로 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총 재고자산이 작년 상반기 8858억9400만원에서 1조3923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여기에는 자체공사를 위해 비축한 용지가 1조854억원으로 2배 뛴 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같은 기간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활동성)를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은 3.5회에서 2.5회로 줄었습니다. 개발이나 사업을 위해 용지를 확보하면서 회전율이 둔화한 것입니다.
 
시평 13위 DL건설 또한 재고자산회전율이 지난해 상반기 38.9회에서 올해 상반기 32.1회로 떨어졌는데 전체 재고자산(932억원) 중 929억원 규모의 용지가 건축사업의 재고자산으로 잡혀 있습니다. 용지는 1년 전(372억원)보다 150% 증가한 수준입니다.
 
(표=뉴스토마토)
 
한국부동산개발협회에 가입한 계룡건설산업의 연결기준 재고자산(6172억원) 항목 가운데 개발용지만 5034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작년 동기보다 1000억원 가량 늘어난 규모입니다. 이밖에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건설사업부문 용지(328억원)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인식됐으며 서희건설, 동부건설, 한신공영의 용지도 각각 1년 새 0.8% 91%, 26% 증가했습니다.
 
한편 개발사업을 위해 본사를 이전하는 곳도 있습니다. 서희건설은 지난 8일 임시주총을 열고 기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본사를 하남시로 옮기는데 결의했습니다.
 
교산신도시 개발사업과 미사섬 K-스타월드사업 등 하남시 관련 개발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라는 게 서희건설의 설명입니다. 아울러 이랜드건설을 포함한 이랜드 산하 5개 법인은 개발사업에 의해 오는 2030년 인천 송도로 이전할 예정입니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기회가 있으면 땅을 확보하는 것은 건설사로서 당연하다"면서 "다만 개발사업을 진행할지, 투자용으로 가져갈지는 건설마다 다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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