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1년 이재용…과제는 여전
취임 후 반도체 불황 지속…사법 리스크 최대 걸림돌
경영 족쇄 풀린 후 1년간 '민간 외교관' 자처…글로벌 광폭 행보
2023-08-15 11:00:00 2023-08-15 11: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15일로 1년이 됐습니다. 복권 1년 동안 반도체를 위시한 바이오 등 신수종 사업 발굴에 주력하는 동시에 초격차 기술력을 앞세워 '뉴삼성' 비전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반도체 실적 견인과 사법리스크 해소 등 해결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복권한 후 같은해 10월27일 회장에 취임하면서 글로벌 행보를 본격화하고 그룹의 미래 먹거리 찾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지난해 복권 당시 입장문을 통해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 회장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습니다. 형기 종료 후에도 5년 동안 취업 제한 규정에 막혀 경영에 참여하지 못했다가 지난해 8월 복권됐습니다.
 
복권으로 경영 족쇄가 풀리면서 이 회장은 1년간 10개국을 방문하는 글로벌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는데요. 이 회장은 최근 독일 뮌헨 방문 후 지난 10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면 복권 후 중남미와 영국을 방문해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현지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회장 취임 후인 지난해 1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있는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과 삼성전자 베트남 R&D 센터 기공식에 참석했습니다.
 
이 회장은 올초 윤석열 대통령의 UAE·스위스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데 이어 일본, 미국, 프랑스·베트남 순방에도 함께하며 글로벌 민간 외교를 자처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경영 활동 재개 후 과제는 여전히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데 대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공교롭게 '이재용 시대' 이후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데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상반기 누적 적자는 8조940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668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 감소했습니다. 
 
업계에선 하반기에는 글로벌 IT(정보통신)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감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8월에 접어든 만큼 회복속도가 'V자 반등'이 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가 60.1%로 압도적인 1위이며, 삼성전자는 12.4%로 2위에 그쳤습니다. 스마트폰도 애플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회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미래 먹거리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요. 반도체에 이어 삼성의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낙점한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10년간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입니다. 
 
지난 3월에는 2042년까지 향후 20년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총 3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는 향후 10년간 충청·영남·호남 등에 위치한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삼성전자는 불황 속 역대급 R&D(연구개발)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2분기 연구개발비에 7조2000억원, 시설설비에는 14조5000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최대 걸림돌입니다. 이 회장은 현재 매주 1~2차례씩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데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2020년 9월 기소돼 4년째 재판 중입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장기간 해외 출장 등에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앞서 재판부가 8~10월 삼성 사건을 집중 심리해 거의 끝나가고 있음을 언급한 만큼, 업계는 1심 결과가 이르면 11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내 사법 리스크가 재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연장선에서 이 회장이 책임 경영 차원에서 등기 임원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 악화기에 책임경영 필요성은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복귀로 연결될 것"이라며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증대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재계에선 이 회장이 부당 합병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등기 임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활동을 안하겠다고 공개 발언했지만,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에 복귀 시동거는 데 대한 국민적 신뢰 문제도 해결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에서 "특히 삼성그룹이 복귀한다고 하는 경우, 이 회장의 승계를 위해 국정농단 사건에 핵심에 있었던 그룹으로 더 큰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