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에도 잘나가는 SK실트론
반도체 업계 감산에도 SK실트론 '나홀로 투자중'
삼성전자 웨이퍼 최대 공급사로 우뚝…SK그룹 반도체 수직계열화 성과 빛봐
웨이퍼 품질 따라 반도체 성능 좌우…최태원의 '신의 한수'
2023-08-10 14:45:36 2023-08-10 15:08:37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반도체 불황에도 SK실트론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저조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이 감산을 선언한 것과 정반대 행보인데요. SK실트론은 도리어 반도체 실리콘 원판(웨이퍼)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턴(상승국면)을 준비하는 건데요. 중장기적으로 웨이퍼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조치입니다.
 
특히 장기공급계약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확보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4년 전 실트론을 인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견지명이 빛이 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웨이퍼 제품 품질에 따라 반도체 성능이 좌우되는데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신의 한수'가 됐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SK그룹의 계열사로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 기업입니다. SK실트론은 지난해 연 매출 2조3550억원 기록했는데요. 지난해(1조8500억원) 대비 27% 가량 오른 수치로,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혹한기에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것입니다.
 
SK실트론 실리콘 웨이퍼 제조시설.(사진=연합뉴스)
 
웨이퍼는 기술 난도가 높습니다. 현재 세계 웨이퍼 물량의 90%는 SK실트론을 비롯해 일본 신에쓰와 섬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 독일 실트로닉 등 5개 업체가 소수 경쟁하는 체제입니다. SK실트론은 3위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 저하에도 SK실트론은 장기공급계약에 기반 해 안정적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6년까지 5년 동안 3단계에 걸쳐 2조3000억원을 300㎜(12인치) 웨이퍼 생산 사업에 투자키로 했는데요. 지난해부터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3공단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건설 중인 구미 3공장 및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투자 등에 대해 2023~2024년 약 2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실트론은 실질 수요를 바탕으로 대규모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업 기반과 외형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전방 업황이 저하됐지만 SK실트론은 장기공급계약에 맞춰 뛰어난 수익성을 이어갈 것"이라며 "전방 업체와의 교섭력이 늘어났다"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웨이퍼를 최대 공급하면서 홀로서기에 성공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웨이퍼 대일 의존도는 50%가량이었는데, 2019년 한일갈등 여파로 SK실트론이 삼성전자 최대 공급자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SK가 지난 2017년 SK실트론(옛 LG실트론)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수직계열화 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SK실트론 사익 편취 의혹에 휘말린 바 있는데요. 이후 최 회장은 "제가 실트론 지분을 인수했을 때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힘든 수형의 경험을 겪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며 "저는 실트론 지분인수가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 하에 나름 개인적인 리스크가 있지만 감행하고 추진했다"고 인수 배경을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는 실트론 인수로 웨이퍼 구매 협상력을 키우게 됐고, SK실트론은 안정적 수요를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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