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아파트 우려감에 건설사 ‘좌불안석’
국토부,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건설사, 자체 점검도
비용 부담에 부실 시공 딱지까지…생사기로 놓일 수도
2023-08-08 06:00:00 2023-08-08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우리 아파트도 무량판인가요?” “무량판 구조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뭔가요?”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입주민 카페 등에 올라온 게시글 중 일부입니다. 올해 4월 GS건설이 짓던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슬래브가 붕괴된데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단지 15곳의 지하주차장에서도 철근 누락이 발견되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까닭입니다.
 
건설업계 역시 ‘무량판’을 놓고 좌불안석인 상황입니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무량판 공법을 적용한 전국 293개 민간 아파트에 대해 철근이 빠진 것이 아닌지 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자칫 무량판 시공 건물에 부실시공 딱지가 붙는 등 불똥이 튈 수 있어섭니다.
 
서울 시내 도심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현재 국토부는 내달 말까지 단지별 전수조사를 완료하고 점검 결과 철근 누락 등이 발견된 단지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연말까지 보수·보강을 실시토록 하는 동시에 건설 과정에서 법령위반 행위가 적발된 설계·시공·감리자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에 따라 엄중 처벌키로 했습니다. 시공자의 경우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거나 최악의 경우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악화하자 건설사들은 자체 점검에 나서며 철근 누락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무량판구조 아파트에 대해) 자체적으로 비파괴검사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무량판 구조가 아예 잘못된 것이라고 치부해선 안된다”라며 “(전수조사와 관련해)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무량판 구조 잘못 아냐…신뢰 회복위한 방안은 필요"
 
최근 벌어진 붕괴사고의 경우 무량판 구조만 문제인 것 마냥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입니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콘크리트 바닥판을 지지하는 것으로, 공사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가 있어 건설사들이 많이 활용해 왔습니다.
 
실제 국내 부촌 중 하나로 꼽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뿐만 아니라 아이파크 삼성도 무량판 구조를 택했습니다. 한화 건설부문의 경우 지난 2021년 공장 제작된 거푸집을 지상에서 조립 후 리프트 장비를 이용해 상승 설치하는 ‘스마트 거푸집 리프트-업(Lift-up) 공법’을 개발하고 한화 포레나 인천 구월 아파트 지하주차장 슬래브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화 건설부문은 스마트거푸집 시공공법의 경우 거푸집 공법이 제한되는 무량판구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국토부 안전전검 관련 계획.(표=국토부)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붕괴사고가 민간 건설사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마치 모든 건설사와 현장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인식되는 부분은 안타깝다”면서 “우선 전수조사를 문제없이 마치고,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용도 문제입니다. 이번 전수조사는 당초 문제가 된 지하주차장 등 공용부분뿐만 아니라 주거동까지 세대 내부 점검은 입주민의 동의를 받아 실시되는데 준공된 단지의 점검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모든 부담이 시공사에 몰린 셈입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붕괴사고가 난 곳은 대기업이니 수천억원 손실을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견사들은 바로 부도로 이어진다”라며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입주 단지의 경우 점검결과 이후 피해 보상 등에 대한 논의 등이 남아 있는 만큼 부문별 문제 원인에 따른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시장에서는 최근 벌어진 붕괴사고의 경우 설계, 시공, 감리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총체적 문제라면서도, 입주민의 불안을 떨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민간 아파트 단지 등에 대해 3-4개월 후 조사결과가 나오면 또 한번 큰 파장이 예상된다”라며 “사실 무량판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고, 무량판구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보강철근을 뺀 것이 문제로, 보수·보강공사라도 제대로 해서 무너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해야 한다”라고 제언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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