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반도체 반등 '휘청'…관건은 '낸드 회복'
낸드 과잉공급에 경쟁 치열…AI열풍에도 낸드는 수혜 제한
하반기도 업턴도 불투명…삼성전자·SK하이닉스, 낸드 추가 감산 돌입
2023-08-07 13:59:18 2023-08-07 15:59:3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낸드플래시의 수요 회복은 여전히 미미합니다. 낸드는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낸드 약세가 지속되면서 하반기 반도체 실적 회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은 낸드 감산에 돌입하며 수급과 균형 맞추기에 나섰습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확대에 따른 D램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낸드는 수요가 부진하고 재고 수준도 높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SK하이닉스가 양산에 돌입한 238단 4D 낸드와 솔루션 제품.(사진=연합뉴스)
 
낸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악화 주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3월과 4월에 각각 5.12%, 2.93% 두 차례나 떨어졌습니다. 이후 석달 연속 보합세를 지속했는데, 지난달 고정 거래가격은 평균 3.82달러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5월까지 평균 4.81달러를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20.6%에 달합니다.
 
낸드 부진의 원인은 공급 과잉과 선두 업체가 없어서입니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세 업체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낸드는 삼성전자, 키옥시아, SK그룹(SK하이닉스+솔리다임), 웨스턴디지털(WDC),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마이크론 등 여러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낸드는 D램 미세공정보다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은것으로 분류됩니다. 경쟁 업체가 많다보니 공급 과잉을 막을 수 없고, 가격 협상력에서도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는 가격 탄력성이 D램보다 높다"며 "업턴(상승국면)에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면 결국 버티는 업체가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D램과 비교하면 낸드는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한 수혜가 미미한데요. D램의 경우 DDR5와 HBM 위주로 수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만, 낸드는 특화된 제품이 없단 점이 약세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여기에 낸드가 가장 많이 쓰이는 스마트폰 시장 둔화로 부진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선두 주자가 없다보니 감산 공조 효과 역시 적은데요. 낸드 시장 점유율은 약 34% 정도로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지만, 그 외 업체들이 15~20% 가량 점유율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선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를 하반기쯤으로 예상하지만, 낸드의 경우 하반기에도 침체기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됩니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낸드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대비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하반기는 IT 업계의 성수기이나 여전히 시중 재고가 많아 낸드 수요 업체들이 구매에 신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공급 업체들이 생산을 계속 축소하지만, 서버·스마트폰·노트북 등 제품 수요가 너무 약해서 여전히 낸드플래시가 공급 과잉 상태"라며 "수요와 공급의 시장 균형 회복은 낸드 공급업체가 생산을 더 줄일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낸드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수요와 모바일 제품 수요 위축으로 3분기에도 ASP가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낸드는 더욱 빠른 제품보다는 더욱 싼 제품이 주력"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감산과 비용절감, 그리고 재고의 소진이 우선"이라며 낸드 시장 개선을 내년으로 전망했습니다.
 
결국 낸드의 감산 성공 여부가 반도체 업황 실적을 회복하는데 관건이 될 것이란 얘깁니다. 동시에 재고를 낮추고 고객사 수요가 살아야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다는 건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중심의 추가 감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재고 정상화 가속화를 위해 D램, 낸드플래시 모두 선별적 추가 생산 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낸드 생산 추가 조정이 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최대 낸드 생산라인인 평택·시안 공장의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컨퍼런스콜에서 "특히 낸드의 경우 D램에 비해 재고 감소 속도가 더디고, 수익성이 나쁜 상황"이라며 "AI형 서버 수요 확대에 대한 영향이 D램 대비 제한적이고, 여전히 업계 재고 수준이 높아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낸드 감산 규모를 확대해서 재고 정상화 시기를 앞당기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낸드 수요 불확실성은 연내 지속될 것"이라며 5~10% 가량 추가 낸드 감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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