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몰락'
2023년 8월 현재 이마트가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나타낸 표현입니다.
1993년 11월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대형할인매장 '이마트'가 국내 1호점을 개점하면서 대형마트의 성공시대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마트 시대'가 열린지 30년이 흐른 2023년 8월의 이마트는 여러 풀리지 않는 숙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매출 '30조 시대'…영업익 5년 새 70% ↓
지난 10년간 이마트 매출과 영업이익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우선 이마트의 연간 총매출은 매년 증가하면서 지난해 '30조원'에 육박했지만, 영업이익은 최근 5년사이 약 70% 급감했습니다. 매출은 2018년 17조491억원에서 2022년 29조3335억원을 기록하면서 5년새 12조3000억원 가량 늘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8년 4628억원에서 2022년 1451억원으로 약 70% 줄었습니다.
지난 5년간 매출이 70% 늘어날 때 영업이익이 70% 감소하는 '호황형 적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이마트의 몰락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2013년 연매출액은 13조350억원, 영업이익은 735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0년 전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0% 줄어들었습니다.
이 같은 이마트의 부침은 2018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 1인 가구 증가, 소량구매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대형 오프라인 매장 이용객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대형마트를 운영하면서 지출하게 되는 임차료,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 고정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은 저하됐습니다. 실제로 이마트의 2018년 영업이익은 4893억원에서 1년만인 2019년에 2511억원으로 반토막나면서 '어닝쇼크'가 나타난 바 있습니다.
10년새 신고가 대비 77% 하락…소액주주 '단체행동' 나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주가'는 10년새 신고가 대비 77% 떨어졌습니다. 종가기준 2018년 3월 2일 이마트 주가는 32만3500원이었지만, 2023년 8월 1일 주가는 7만7400원을 기록했습니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이마트 소액주주들은 단체 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이날 이마트 주주연대는 회사 측에 "회사 임직원들의 주주가치 증대(보호)를 위한 경영책임 불감증과 도덕적 해이가 빚은 결과"라며 "이마트 주주연대의 모든 주주들은 이번 성과급 잔치 사태를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이마트 주주연대 측에 따르면 이달 7일 부터 모집을 시작해 20여일 만에 50여명이 모였습니다. 현재 이들의 이마트 주식 보유 수량은 약 10만3000주 규모로 파악됩니다.
상법상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의결권 있는 지분 0.5% 이상이 모이면 주주제안 자격을 갖게 됩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실적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잇따른 기업 인수…차입금 11조원↑
지난 5월 3일 오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리뉴얼 오픈한 인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을 방문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1년 연이은 기업인수로 4조원 넘게 지출한 데 대한 여파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지분 80%(3조5591억원),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KC컴퍼니) 지분 17.5%(4860억원), 더블유컨셉코리아 지분 100%(2616억원), SK와이번스(현 SSG) 지분 100%(1000억원) 등을 연이어 인수했습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이마트의 차입금은 11조2731억원으로, 지분 인수 전인 2020년(6조1799억원)과 비교했을 때 두배가량 늘어났습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146.2%, 33.1%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마트 보고서를 통해 "지마켓과 SCK컴퍼니 연결실체 편입이후 발생하는 상각비도 수익성 하방요인"이라며 "2021년 지마켓과 SCK컴퍼니 연결실체 편입으로 2.2조원의 무형자산을 인식했고, 2022년에는 관련 상각비 약 1600억원이 온기 반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자금줄이 마르자 이마트는 매출이 저조한 점포 매각과 기존 점포 중 일부를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매각이 완료된 점포는 대구광역시 감삼점과 광주광역시 동광주점입니다. 두 지점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 이용객 수가 줄면서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올해 이마트 부천 중동점과 서울 명일점의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명일점은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재입점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온라인유통연구소 수석연구위원)는 "이마트가 기존 SSG닷컴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G마켓을 인수한 것은 '하이브리드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미"라면서 "고객과의 접점이 많은 것은 온라인 기반의 사업자들보다는 장점이지만, 끊이지 않는 고객 경험을 전달해 주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도전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떤 업계든 선두 업체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면서 "미국 아마존이 오프라인 진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처럼 발전방향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여진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유태영 기자 t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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