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아파트 부실시공…해결책 없나
현산·GS건설 이어 LH까지…부실시공 우려 확산
터질게 터졌다…전문가들 "무사안일주의 타파해야"
2023-08-02 06:00:00 2023-08-02 08:50:32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실공사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아파트 설계·감리·시공 부실로 인한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공공주택에 대한 불신이 커진 까닭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GS건설이 짓던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이 붕괴되는가 하면 수도권 대형 브랜드 아파트 단지에서는 침수와 철근 외부 노출 등 문제가 발생하며 대형 건설사 건물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생긴 것은 물론,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는 실정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 30일 오후 LH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시흥 은계지구 수돗물 이물질 발생 사태 등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파주 운정,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양주 회천 등 LH의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해 건설업계 전반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입니다. ‘언젠가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얘기입니다. 더욱이 건설 과정에서 설계·감리·시공자 등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데다 소통이 어렵고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안일한 현장관리 등이 빚은 복합적 문제라는데 무게가 실렸습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코로나 시기 한국어가 통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못 들어온 데다 국내 인력 부족으로 비전문 노동자들이 현장에 투입됐다”면서 “분양 호황기 당시 건설현장까지 늘면서 공기 맞추기에 급급한 측면이 있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정부도 사후 대처 뿐대형건설사 붕괴사고에 공공주택 '흔들'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LH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경우 구조·설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빚어진 사고라고 분석했습니다. 최 교수는 “무량판 구조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시공, 감리 과정에서 왜 철근이 많이 들어가는지 이해를 못하면 이렇게 될 수 있다”라며 “최근 초고층 아파트도 무량판 설계를 많이 적용함에 따라 점검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재현 호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구조설계에 따라 시공을 하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하는데, 최근에는 원자재 값이 많이 오르며 인건비나 원가절감 등을 위해 부실시공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 도면이나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 요구 등도 부실시공을 양산한 요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검단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재하청 구조가 부실을 키웠다는 입장입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호황기로 현장은 많은데 건설사 원청 직원은 많지 않으니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고, 관리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건축물의 경우 준공 후 육안으로 부실시공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현장점검과 건설사 벌점 부여 등은 사후 대처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철저한 조사는 물론 건설업계에 퍼진 무사안일주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최원철 교수는 “건축물을 준공하면 육안으로 부실시공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현장점검과 벌점 부여 등은 사후 대책에 불과하다”라며 “국내 건설현장이 선진화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또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현장에서 사고가 난 적 있느냐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쉬쉬하는 분위기부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LH사옥 전경.(사진=김성은기자)
 
이재현 교수는 “안전율을 높이는 한편 기획부터 설계·감리·시공·유지·관리까지 시스템을 지키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선 건설사의 자정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부실문제가 터지지 전에 건설사 스스로 예방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사고가 단순 하나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설계·감리·시공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체계적으로 조사를 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역설했습니다. 이어 “다소 불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건설업계 전반에 깔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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