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진의 회장님 돋보기) '상남자' 김승연 회장은 '의리왕'
'M&A의 마술사'…한화, 재계 7위로 키워내
살뜰히 챙긴 절친의 동생, 윤석열정부 참모로 활동 중…'신용과 의리의 리더십'
"경영이 복싱, M&A도 복싱" 지론…복싱에 진심인 회장님
2023-07-31 06:00:00 2023-07-31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경영 이념으로 '신용과 의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김 회장은 부친의 이른 타계로 1981년 29세의 나이에 한화그룹 총수에 오르게 됩니다.
 
젊은 나이에 총수가 된 만큼 아버지뻘인 사장단을 통솔하기 위해 '올백' 머리를 해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스타일을 유지한 건 재계에서 잘 알려진 얘깁니다.
 
김 회장은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한화의 규모를 키워내는데요. 한화그룹의 총자산은 김 회장이 취임한 1981년 7548억원에서 2021년 229조3360억원으로, 연매출은 1조1000억원에서 61조1300억원이 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공정거래위 기준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선 재계 7위에 오르게 됩니다. 때문에 재계에선 김 회장을 '인수합병(M&A)의 마술사' 혹은 '인수합병의 승부사'라고 부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암 김종희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재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평소에도 의리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한화의 사풍 역시 의리를 중시하는 조직문화입니다. 김 회장은 "장수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지만, 기업은 신용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해오고 있는데요.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회장 절친의 동생이 고위 관료 A씨로, 절친이 작고하자 A씨를 살뜰히 챙긴 것으로 안다"며 "A씨가 한직에 머물 때 그룹 계열사의 고문으로 앉혀 살펴줬다"고 전했습니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A씨는 현재 윤석열정부에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는 참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재계에선 오늘날의 김 회장이 있기까지 부친인 고 '현암' 김종희 창업주와 부인 고 서영민 여사가 영향을 줬을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젊은 시절에 한 때 방황을 했다"며 "'남자는 쓴맛·단맛 다 봐야한다'고 호연지기를 강조했던 김종희 회장조차 '정신 차리라'며 아들(김승연 회장)을 엄격한 미국의 기숙학교로 보내버렸다. 김 회장이 경기고등학교에서 미 셔턱세인트 메리 스쿨을 다니게 된 사연"이라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김 회장이 예전에 목욕탕에서 쓰러진 적이 있는데, 서 여사가 응급조치를 해서 살아났다"며 "김 회장이 그 후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더욱 경영에 매진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습니다. 
 
김 회장은 10살 위인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을 경영 멘토로 삼고 여러 차례 존경을 표한 바 있는데요. 이 선대회장에게 경영 조언을 구하거나 부부 동반으로 사석에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이 선대회장 빈소를 찾아 "가장 슬픈 날이다. 친형님 같이 모셨다"고 애도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남동생인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과의 상속다툼은 뼈아픈 사례로 남습니다. 김 회장은 3년6개월 동안 31차례에 걸친 형제 간 재산 분쟁을 벌였는데요. 당시 김 회장 측은 "1981년 당사자 간의 합의 등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상속재산이 분배됐고, 10년 시효가 끝나 상속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긴 시간 다투던 형제는 1995년 칠순을 맞은 어머니의 중재를 통해 전격적으로 화해를 했고, 1998년 빙그레는 한화에서 완전 분리됩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김 회장은 '재계의 복싱맨'으로도 유명합니다. "경영이 복싱이고, M&A도 복싱이다"는 지론을 펼치고 있는데요.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산하의 국제복싱발전재단(FBB)을 이끈 적도 있습니다. '상남자' 김 회장의 선 굵고 의리 넘치는 행적은 상당히 많습니다. 한국을 도우려다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던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씨를 남몰래 후원한 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려진 바 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해 정·재계 모두 눈치를 보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의 이 같은 행적은 그의 인정과 의리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꼽힙니다.
 
2014년 한화건설 이라크 공사 현장에서 현지 임직원들이 회를 먹고 싶다고 하자, 광어회 600인분을 공수해 직원들을 챙긴 일화 역시 회자됩니다. 2010년 서울 프라자호텔이 전면 리모델링으로 어쩔 수 없이 호텔 문을 3개월 간 닫을 때도 600여명의 모든 직원들에게 쿨하게 '유급휴가'를 준 것도 김 회장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일화로 평가받습니다.
 
업계 한 인사는 "한화그룹의 의리를 중시하는 조직문화는 김 회장의 신의를 지키는 경영 스타일에 기반 한 것"이라며 "M&A로 급성장한 한화에서 화학적 결합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 역시 의리를 중시하는 김 회장의 기업가 정신 덕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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