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CJ CGV(079160)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급락했습니다. 그런데도 CJ CGV 전환사채(CB) 보유자들의 주식 전환 신청이 이어져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CB에 대해 잘 몰라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현 시점에선 주식 전환보다 CB를 보유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주가 하락에도 CB 주식 전환…"비상식적 상황"
CJ CGV 32·35CB 연초 이후 주식 전환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예탁결제원)
지난달 20일, CJ CGV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7470만주를 발행, 약 5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빚을 갚는다는 비판 속에 주가는 속수무책으로 떨어졌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CJ CGV 주가는 964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유증 발표 전보다 33.5% 하락한 것입니다.
하지만 채권 투자자들에겐 이번 유증이 큰 호재입니다. 재무구조 개선으로 인해 채권 상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CJ CGV의 연결 부채비율은 912.0%인데요.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유증과 CJ올리브네트웍스 현물출자 대금 납입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부채비율은 259%로 뚝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즉 CJ CGV가 채권 상환까지 버틸 체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빌려준 돈을 제대로 상환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던 채권투자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인데요. 그럼에도 CB를 주식으로 바꿔달라는 신청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모았습니다. CJ CGV가 발행한 씨제이 씨지브이32CB(신종)와 씨제이 씨지브이35CB(신종)가 바로 그 대상입니다.
32CB는 2021년 6월에 발행된 채권으로 발행금액은 3000억원입니다. 지난해 7월 발행된 35CB는 4000억원 규모입니다. 32CB는 기존 주주 청약률이 29.55%였고 일반 투자자 청약률은 5440.02%로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반면 35CB는 기존 주주(3.64%), 일반 투자자(4.14%)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약 3669억원(92.22%)을 인수단이었던 주요 증권사가 떠안았습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이 가장 많은 2305억원(62.5%)을 가져갔고 NH투자증권(830억원?22.5%), KB증권(461억원?12.5%), 유진투자증권(92억원?2.5%)가 나머지 물량을 인수했죠.
주식 전환가액은 각각 2만6600원(32CB), 2만2000원(35CB)입니다. 만약 채권 보유자가 주식전환을 신청할 경우 신주를 발행해 각각 전환가액에 비례한 주식 수만큼 지급하게 됩니다.
32CB와 35CB는 모두 전환가액이 인하 조정(리픽싱)되지 않는 채권이라서 CJ CGV의 주가 하락에도 전환가액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단 유상증자나 감자처럼 주식수가 변경되는 경우에는 그 비율에 맞춰서 조정이 가능합니다. 이번 유증으로 할인비율만큼 조정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주가와는 큰 차이가 납니다.
그럼에도 CB 보유자 중 일부가 지속적으로 32CB와 35CB를 주식으로 전환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올해 32CB는 총 48회에 걸쳐, 4096주가 채권에서 전환됐습니다. 같은 기간 35CB도 3688주가 46회에 걸쳐 주식으로 전환됐죠.
심지어 유증 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했는데도 전환권 행사는 이어졌습니다. 20일 이후 32CB 주식 전환 물량은 627주, 35CB는 367주입니다.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데도 높은 전환가액에 맞춰 CB를 주식으로 바꾼 것입니다. 채권 발행 규모에 비해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특수관계인 보유분이 아니라면 상식적이지 않은 일로 일반 투자자가 지금 CJ CGV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수관계인은 주가나 손익보다 지분 확보가 더 중요해 간혹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만, CJ CGV CB의 경우 주식 전환 횟수가 잦고 물량이 크지 않은 것을 보면 특수관계인 물량일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전문가 "주식전환 대신 CB 보유를"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CB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이 잘 몰라서 그렇거나 착각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운용 대표는 "주식으로 전환하면 무조건 손해인 상황에서도 그걸 몰라서 전환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며 "소액 투자자들에게 수시로 목격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B 보유자들은 이 채권을 만기까지 계속 보유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CJ CGV가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죠. 두 CB는 모두 30년 만기 채권(신종자본증권)이지만 발행일로부터 5년이 되는 2026년 6월, 2027년 7월에 각각 중도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32CB와 35CB의 표면이자율은 각각 1%, 0.5%로, 콜옵션 행사 전까지 꾸준히 소액의 이자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콜옵션 행사까지 각각 3년(32CB), 4년(35CB) 남았는데요. 시장에선 콜옵션이 붙은 CB는 대부분 행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기업 자금조달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CJ CGV 역시 향후 자본조달을 위해선 콜옵션 행사 관례를 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회사가 부도가 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도 주식보다는 채권이 유리합니다. 이 경우 회사는 자산을 정리해 채권자들에게 먼저 상환합니다. 32CB와 35CB는 후순위 채권이어서 선순위 채권보다는 우선순위에서 밀리지만 주식보다는 앞섭니다.
만약 CJ CGV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차라리 CB를 장내시장에서 팔아 그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35CB 공모에 참여해 1000만원어치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가 채권을 전액 주식으로 전환하면 전환가액 2만2000원에 해당하는 454주의 주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CB를 현재 시세로 팔아서 그 돈으로 주식을 사면 더 많이 살 수 있습니다. 현재 장내 채권시장에서 35CB는 7800~8000원에 거래 중입니다. 이 가격에 1000만원어치 CB를 판 매도대금 780만~800만원으로 현재 9000원대 후반에서 거래 중인 CJ CGV 주식을 사면 818~839주 확보가 가능합니다. 주식 전환보다 350주 이상 더 생기는 것이죠. 32CB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CJ CGV 32CB와 35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보다는 그냥 보유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입니다.
김형호 대표는 "(32CB와 35CB는)가만히 놔두면 채권으로 원금 이상 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착각해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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