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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영업자산 내 위험자산 비중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보험업계에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자산 계정이 재분류된 탓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자산이 대규모로 빠져나간 것을 차입금으로 방어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위험자산 비중의 확대는 자본적정성 지표와 수익 변동성에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영업자산 내 위험자산 51.7% 달해…회계기준 변동 영향
29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위험자산의 비중이 지난 1분기 기준 51.7%로 나타난다. 이는 새 회계기준인 IFRS17(보험계약)과 IFRS9(금융상품)이 반영된 수치며, 기존 체계(IFRS4·IAS39)가 적용됐던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43.2%로 확인된다.
롯데손보는 위험자산 비중이 △2019년 53.9% △2020년 58.3% △2021년 51.7% 수준을 보이다가 지난해 크게 줄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다시 8.5%p 상승했다.
위험자산 비중은 전체 운용자산에서 △주식 △출자금 △수익증권 △일반대출채권 △부동산 등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롯데손보는 운용자산 13조7963억원에 각 항목별 금액이 △주식·출자금 39억원 △수익증권 3조9233억원 △외화 수익증권 2240억원 △기타유가증권 4852억원 △대출채권 2조4771억원 △부동산 130억원 등으로 집계된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대비 주식과 출자금, 부동산 항목에서 자산 규모가 줄었지만 수익증권, 기타유가증권, 대출채권에서 크게 늘었다. 이는 새 회계기준(IFRS17·IFRS9)으로 바뀌면서 자산 재분류가 이뤄졌다는 점과 기존에는 특별계정으로 제외했던 퇴직연금(원리금 보장형)까지 운용자산으로 계산하게 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보험약관대출(안전자산)은 기존 회계체계서는 운용자산에 포함됐으나 새로운 회계 제도에서는 보험계약 부채에서 차감하는 항목으로 바뀌었다. 롯데손보는 해당 자산이 지난해 기준 4929억원이다.
이와 관련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자산 항목에서 부채 차감 항목으로 변경된 계정이 있으며, 자산총계 자체의 개념이 달라졌다"라며 "그동안 퇴직연금 자산이 포함되지 않다가 바뀐 것도 영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롯데손해보험)
퇴직연금 3조원 순유출 부메랑…RP 상환서 위험자산 비중 늘어
롯데손보의 위험자산 비중 확대에는 회계기준 변경 외에 지난해 대규모로 유출됐던 퇴직연금 자산이 주요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앞서 롯데손보는 작년 말 낮은 상품 금리를 제시하면서 퇴직연금 적립금이 9조2386억원(3분기)에서 6조2508억원(4분기)으로 약 3조원 감소했다.
빠져나간 자금은 환매조건부채권(RP) 차입으로 방어했는데, 롯데손보의 RP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2조9150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는 1조4960억원의 RP를 재매입(상환)하면서 차입금 잔액은 1조419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5월말 기준으로는 8500억원까지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입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현금성자산과 채권을 매각하면서 운용자산 내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다시 상승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위험자산도 팔았지만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것을 더 많이 매각한 셈이다. 반대로 운용자산에서 현금성자산과 국공채, 특수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27.6%에서 올해 1분기 21.6%로 6.0%p 하락했다.
지난해와 올해 적용된 회계기준이 서로 다른 만큼 수치 증감을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 어려우나 결과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이 대폭 상승한 상태가 됐다. 위험자산 비중이 커지면 자본적정성(K-ICS 비율)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K-ICS 위험액 종류 중 신용리스크를 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라면서 "위험자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대출이나 자산의 신용도에 따른 보험사 자산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자산 회계기준(IFRS9)도 같이 도입된 상황인데, 위험자산의 많은 형태가 수익증권이다"라며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FVPL) 의무화에 따라 여건이 좋을 때는 평가이익이 늘어날 수 있지만 평가손실도 지금보다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손익에서도 변동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위험자산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대체투자 익스포저를 줄이고 채권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라면서 "금리리스크에 따라 자산 관리 필요성도 커졌다. 자산관리 그룹이라는 별도 조직이 담당해서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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