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자영업자의 소득 개선은 더딘데 빚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위험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7.6%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50.9% 급증했습니다. 1인당 대출 규모는 3억3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 대비 3.7배 많습니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올해 1분기말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비주택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은 58.6%로 비자영업자 15.1%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임금근로자 등 비자영업자에 비해 높은 부동산 가격 하락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부채구조에 있어서도 일시상환방식(44.2%)과 단기대출(73.2%) 비중이 비자영업자보다 높았습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소득 개선이 더딘 가운데 취약차주·비은행권·대면 서비스업 위주로 대출이 늘어나면서 부채의 질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향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내리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될 경우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올해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위험률도 추정했는데요. 연체 위험을 넓게 포착하기 위해 1개월 원리금 연체가 아닌 연체가 5영업일 이상됐거나 세금을 체납한 자영업자가 보유한 대출 잔액까지 연체위험 대출로 간주해 '연체위험률'을 책정했습니다.
그 결과 자영업자 연체위험률은 연말까지 3.1%까지 상승했습니다. 특히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비스업 생산이 올해 3.7% 성장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올해 0.5% 하락하고 예금은행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현 수준(5.3%)을 유지한다고 가정해 상정한 것입니다.
보고서는 잠재 부실 위험이 높은 대출 연체 리스크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취약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론 소득이 회복된 정상차주에 대해선 대출 상환을 유도하고 자영업자 부채구조를 단기에서 장기로 일시 상환에서 분할 상환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3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습니다. (사진=한국은행)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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