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증권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 중 일부는 본업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소유한 부동산을 통해 얻은 임대료 수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권사로서 존재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2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여의도 노른자 땅에 빌딩을 갖고 있는 증권사들이 유휴 점포 층을 활용해 짭짤한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증권·NH투자증권·SK증권·교보증권·대신증권 등 임대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국내 20개 증권사의 영업외수익은 2527억원으로 이 가운데 10%가량인 245억원이 임대 수익으로 집계됐습니다.
부동산 임대료 수입이 가장 많은 곳은 신영증권으로 58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신영증권은 본사가 위치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6에서 높은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하 4층, 지상 12층의 건물로 신영증권을 비롯한 F&B, 패션, 여가 생활 등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상점 등이 입점해 있습니다.
뒤를 잇는 건 55억원을 벌어들인 대신증권입니다. 대신증권은 지난 2016년 명동중앙극장 부지를 인수해 지하 7층~지상 26층, 연면적 5만3328㎡ 규모의 대신343을 완공했는데요. 현재 여기엔 대신증권을 비롯해 대신자산운용, 대신저축은행, 대신자산신탁 등 대신그룹 계열사들을 비롯해 우티, 티맵모빌리티, 위워크 등이 입주해 있습니다.
임대료 수익 의존도가 가장 높은 증권사는 유화증권입니다. 올해 1분기 유화증권이 챙긴 임대료는 25억원인데요. 당기순이익(92억원)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7%가 넘습니다. 특히 유화증권의 임대수익은 증권사 주 수익원인 수수료수익(5억원)도 뛰어넘었습니다. 부동산 임대 수입에 절대적인 실적을 의존하며 무늬만 증권사라는 눈초리를 받는 이유입니다. 당기순이익 대비 임대료 비중은 대신증권(10.7%), 교보증권(6.5%), 신영증권(4.6%) 순으로 높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투자일임업 외 부업에 치중한다는 것은 고객에게 진심일 수 없는 데다 본연의 업무에 불충실한 모습으로 비다"며 "금융당국이 나서 증권사 수를 조정하는 등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습니다.
일부 증권사들이 수십년동안 증권업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사업을 다양하게 영위하지 않으며 위탁매매, 기업금융 등 금융투자업 외에 부동산 임대료 등 고유자산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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