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그룹이
기아(000270) 전기차 EV9을 시작으로 구독 경제를 본격화합니다. 차량 옵션 구독서비스는 국내 브랜드 중에서 EV9이 처음인데요. 앞서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서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셌던 만큼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기아는 19일 EV9 출시와 함께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언제든지 추가할 수 있는'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고객은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원하는 기능의 적용 시점 및 사용 기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요.
기아 EV9.(사진=기아)
EV9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 상품은 △원격 주차·출차 및 주차 보조를 지원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 옵션 선택시 기본 제공 패턴 외 5가지 추가 그래픽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라이팅 패턴' △차량 내에서 왓챠, 웨이브 등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 플러스' 등 세 가지입니다. 추후 더 많은 기능을 개발해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고객은 기아 커넥트 스토어 홈페이지 또는 마이기아, 기아 커넥트 앱에 접속해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어플리케이션을 구매하는 것처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차량 옵션 구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앞서 지난해 7월 BMW가 열선시트, 열선핸들 등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을 구독 옵션으로 넣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는데요. 이에 BMW 측은 홈페이지 리뉴얼 과정에서 잘못 송출된 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국내에서 '메르세데스 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모트 패키지, 내비게이션 패키지는 물론 리어 액슬 스티어링(후륜조향시스템) 등 구독 상품도 다양합니다. 특히 리어액슬스티어링은 기본 4.5도 각도로 뒷바퀴가 회전하는데 사용료(1년 50만원)를 지불하면 최대 10도까지 가능하게 했는데요. 뒷바퀴 조향을 통해 좁은 공간에서도 회전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기능입니다.
기아 커넥트 스토어 옵션 구매 화면.(사진=기아 커넥트 스토어 홈페이지 캡처)
이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미 장착된 장치를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한다는데 불만도 있습니다. 추가적인 기능을 구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기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 국내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에는 '이미 돈 주고 산 하드웨어에 대한 제어를 구독으로 파는 건 기만행위', '심리적으로 굉장히 거부감이 드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벤츠 코리아 측은 "옵션 자체가 후륜조향 각도를 확대하려면 기계적인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결합돼야 작동이 된다"며 "좀 더 스포티한 주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게 해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아는 이 같은 구독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인지하고 다르게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우선 안전이나 기본사양이 아닌 편의사양 부문에서 상품을 운영하고 사용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벤츠의 경우 최소 12개월을 이용해야 하지만 기아는 기간 제한이 없는 평생 이용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라이팅 패턴 옵션은 한 번 구매하면 평생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옵션은 평생?연?월 단위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EV9 가속 부스트 옵션에 대해서는 국내의 경우 구독이 아닌 일반 옵션으로 구성했습니다.
메르세데스 미 스토어 화면.(사진=메르세데스 미 스토어 홈페이지 캡처)
업계에서는 앞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옵션을 스마트폰 앱처럼 구입하도록 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킬 것으로 전망합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모든 기능을 활성화해 출고하면 신차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각종 옵션의 구독 서비스 채택률이 30%까지 늘어나면 연간 서비스 부문 영업이익은 1180억달러(약 15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기업은 옵션으로 제공하던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전환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동시에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등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셈이죠. 여기에 구독한 고객의 서비스 사용 데이터도 상당한 가치가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소프트웨어 옵션을 통해 안전·편의장치 성능을 극대화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소비자는 만족도를 높이고 업체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아직 자동차 소프트웨어 구입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습관화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브레이크 기능부터 주행거리 설정, 배터리 용량 조작, 운전자 보조 기능 개선 등 폭넓은 업데이트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하드웨어 중심이던 자동차의 가치가 소프트웨어로 중요성이 이동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됩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커넥티드카 보급이 확산되면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로 바뀌고 있다"며 "처음에는 소비자들의 반항이 거세지만 시장에 다양한 모델이 등장하면 점차 해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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