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치 너무 높았나"…해외건설 수주, 17년만에 최저
올들어 해외수주 87억불…2006년 이후 최저
해외수주 목표액 13% 높였지만 성과는 미비
현대·GS·롯데건설 등 부진…하반기 역할 '주목'
2023-06-16 06:00:00 2023-06-16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성적은 초라한 모습입니다. 정부가 해외건설 4대 강국 달성을 위해 '원팀 코리아'를 구성하고 올해 해외 수주 목표를 작년보다 13% 높였지만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87억 3830만5000달러(한화 약 11조2182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수주액은 전년 동기(106억1294만달러)보다 17.7% 감소한 수준으로, 동기간 해외수주 실적을 놓고 보면 2006년(69억2031만달러) 이후 17년 만에 최저입니다.
 
국내 한 건설사가 시공한 해외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신년사를 통해 “'해외 수주 500억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인프라 건설, 원전, 방산 분야를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친 것이 무색한 셈입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을 350억달러로 잡고 원희룡 장관이 카타르와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해외건설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연간 해외 수주액이 가장 낮았던 2019년(223억 달러)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독려에도 기대 못 미쳐
 
건설사별로도 희비가 갈리는 상황입니다. 주요건설사 공사금액을 보면 삼성물산의 경우 올해 들어 현재까지 23억5707만달러를 수주하며 공사금액이 전년동기(11억674만달러)에 견줘 113% 늘었고 대우건설(14억2028만달러)과 쌍용건설(2억7778만달러)도 1년 전보다 각각 6배, 11배 뛰었습니다.
 
반면 GS건설(2억4456만달러), 현대건설(1억5009만달러), 현대엔지니어링(7074만달러), 롯데건설(5832만달러)의 공사금액은 51%, 62%, 96%, 97% 급감한 상태입니다. 고금리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발주처의 결정이 늦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표=뉴스토마토)
 
다만 시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부터 인도네시아 수도이전, 우크라이나 재건까지 해외시장의 먹거리가 많아진 만큼 하반기부터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데 기대감이 여전한 모습입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의 2분기 해외수주는 잠잠한 상황”이라며 “발주처들이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자 발주시기와 규모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지난 1월 발주한 아랍에미리트 하일앤가샤 프로젝트(Hail and Ghasha early work)는 불분명한 이유로 취소됐고 중동건설매체 MEED에는 지난 3월 발주된 걸로 나온 현대건설의 아미랄 프로젝트(Amiral project)도 최종 계약까지 시일이 걸리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중동 국가들의 자본지출(Capex) 증가 계획과 장기간 고유가가 겹치며 올해 해외 수주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까지의 수주 실적은 매우 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자재 가격 상승 등 전반적인 공사비 증가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주가 지연된 것이지, 발주 모멘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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