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난 등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크게 늘었는데요. 지난해 '빌라왕'의 주무대였던 서울 강서구에 이어 최근 인천 미추홀구와 경기 화성 신도시, 구리, 대전, 부산에서도 피해 사례가 이어지면서 심각성이 대두되는 상황입니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어 깡통주택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갭투기 거래가 무려 12만1553건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전세사기 피해 유형 다양
피해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서울 화곡동 '빌라왕'은 중개사, 감정평가사, 건축주 등이 조직적으로 공모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매매시세보다 많이 받은 뒤 파산해 버렸죠. 인천 미추훌구 '건축왕' 사건은 금융권 대출을 받아 선순위 저당권이 있는 신축 주택을 전세로 내놓으면서 보증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임차인을 속였습니다.
또 집주인이 갭투자나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인 뒤 시세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주택 매매가가 전세금보다 낮아져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걸 '깡통주택'이라 지칭하는데요. 당장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전세금이 집값의 80% 수준을 넘어선 다세대·연립주택(빌라)은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간주됩니다. 경매 처분 때 낙찰가격이 시세의 8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세입자가 집을 알아볼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최소 중개업소 두 곳 이상을 들러 주변 시세를 파악하고, 국토교통부가 공개하는 실거래가를 참고해 머릿속에 적정한 보증금의 기준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시세보다 과하게 비싸거나 반대로 너무 싼 매물은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없거나 매우 적으면 전세 만료 시 깡통전세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의 한 빌라에 건설임대 공고문이 붙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거래 내역이 없어 적정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신축 주택의 경우엔 각 지방자치단체 전세피해지원센터에 문의하면 됩니다. 서울시의 경우 전월세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도움을 받으면 선순위 대출액과 보증금 등을 고려한 전세 예정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 계약 전에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세가격 상담서비스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통해 서울시민 누구나 신청이 가능합니다. 감정평가사가 직접 신청자의 물건을 평가해 적정한 전세가격과 거래의 안전성 등을 분석합니다.
적정한 가격을 파악했다면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소유자와 임대인이 동일인인지, 압류·가압류·강제경매 등 권리 침해 사항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근저당이나 선순위채권을 확인해 부채 규모도 점검하고, 건축물대장에서 위반 건축물은 아닌지, 건물동호수가 일치하는지 확인도 필요합니다.
또 계약 전에 거주 후기를 확인해 세입자들이 평가하는 위험 수준도 파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최근 부동산 거주 리뷰 평가 플랫폼 '집품'에 올라오는 세입자의 보증금 피해 경고 후기가 크게 늘었는데요, 입주 예정인 집에도 후기가 남아 있을 수 있으니 한번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가구·다세대 유의해야…입주 전 정보 확인 필수
선순위 임차보증금이 많은 다가구나, 공동담보가 많은 다세대 오피스텔도 유의해야 합니다. 여러 세입자가 사는 집이 전세사기로 경매로 넘어가면 계약 순서에 밀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상태이면 이들의 보증금 총합을 '선순위 임차보증금'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가구 전입세대 확정일자'는 서류에서 금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약 전 임차인이 선순위 보증금 확인을 요청하면 의무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법 조항이 최근 시행됐습니다.
계약 체결 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오는 5월부터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매매가와 같은 가격에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을 떼먹는 무자본 갭투자를 막기 위해 기준을 강화한 것입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도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보증가입 이후에도 확정일자, 전입신고와 점유를 유지해야 합니다. 직장 이전이나 자녀 전학 등의 문제로 타지역으로 전입신고할 경우 우선변제권을 상실해 보증기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유용한 앱도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월 전세계약 체결 전에 해당 주택이 안전한지 파악할 수 있는 '안심전세 앱'을 출시했는데요. 지금은 집주인이 동의해야 임대인의 체납 이력과 보증사고 이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향후 법이 개정되면 동의를 구할 필요 없이 나쁜 임대인 명단 조회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안심전세 앱에선 매매가가 들쭉날쭉해 임차보증금이 적정한지 가늠하기 어려운 곳의 시세도 볼 수 있는데요. 직접 서울 관악구의 한 다가구주택(빌라)을 대상으로 자가 진단을 해봤습니다. 이곳의 매매 시세는 2억5900만~3억1600만원으로 나옵니다. 여기에 보증금 2억8000만원을 임의로 입력하자 "이 주택은 선순위 없이 전세가율 기준 2.48억원 이하의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권유한다"면서 "입력한 보증금과 표시된 시세를 기준으로 HUG 전세보증가입이 '불가능'하다"고 떴습니다.
등기부등본을 결제하면 등기부등본 기재사항에 변동이 생길 때마다 카카오톡으로 알림이 오는 기능도 있습니다. 주민센터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발급받는 것과 동일한 비용이지만, 1회 발급으로 2년6개월 동안 알림이 유지돼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임대인이 바뀔 경우 즉시 알 수 있어 유용합니다.
'안심전세 앱'에서 보증금과 입주일자를 입력해 서울 관악구의 한 빌라를 조회한 결과. (이미지=안심전세앱 화면캡처)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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