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광장 시민 개방이 오는 주말로 다가오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분향소를 둘러싼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양 측의 대화가 멈춰선 가운데 행정대집행이 주중에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작년 책읽는 서울광장 행사를 찾은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이번 주말부터 서울광장 다시 시민 품으로
서울시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야외도서관인 ‘책읽는 서울광장’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번 주말부터 11월까지 주 4회 운영되는 책읽는 서울광장은 작년 한 해에만 21만명이 찾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작 중 하나인 책읽는 서울광장은 시민들이 여가시간에 일상 속 야외에서 책을 읽는 것이 핵심입니다. 직장인이나 가족을 대상으로 강연·놀이·공연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책읽는 서울광장을 기점으로 내달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광장은 각종 시민 참여형 행사로 개방됩니다. 겨울철 스케이트장 운영에 이어 잔디 보식 및 활착기간을 거쳐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셈입니다.
서울시가 유가족 측에 전달한 행정대집행 계고장. (사진=뉴시스)
서울시 "무한정 못 기다려" 강제 철거 가능성도
서울시는 현재 유가족 측에 지속적으로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책읽는 서울광장을 비롯한 서울광장 개방이 다가오면서 더욱 강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16차례에 걸친 서울시와 유가족 측의 대화는 별다른 소득없이 종료됐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분향소 합동운영 후 철거를 제안했으나 유가족 측이 철거시점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거부했습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10일 “이제 협의가 무산됐고 자진 철거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무한정 기다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이제 봄철이고 서울광장에도 여러 프로그램이 예정됐다. 이제는 서울광장을 서울 시민 모두에게 온전히 돌려드려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유가족 측에 2900만원의 변상금을 부과하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구체적인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서울시의 명분 중 하나인 광장 개방시점이 다가온 만큼 행정대집행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2019년 7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와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우리공화당의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행정대집행, 예비절차 마쳐, 부담은 여전
이미 행정대집행을 앞둔 행정절차는 마친 상태입니다. 통상적으로 행정대집행의 경우 행정절차만 마치면 구체적인 시점을 예고하지 않고 진행합니다.
앞서 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에 불법천막을 설치하자 자진철거 요청 끝에 47일 만에 행정대집행을 실시했습니다. 2021년 11월과 12월에도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와 한 개인을 대상으로 모두 5차례에 걸쳐 행정대집행을 단행했습니다.
문제는 분향소 철거에 따른 부담입니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더라도 이태원 참사가 채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행정대집행을 단행하기엔 정치·사회적 부담이 상당합니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70일을 훌쩍 넘긴 분향소 문제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행정대집행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만, 동시에 실제 시행시기나 최종 결정에 대해선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 (사진=뉴시스)
유가족 측, “시민과 공존 가능”
유가족 측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유의미한 진전이 있다면, 유가족들이 철거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서울광장이 개방되더라도 함께 공존할 수 있다며 모든 시민들을 기다리고 환대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분향소를 ‘무단점유’, ‘불법 시설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매도하고 권력을 이용해 추모와 애도를 봉쇄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변상금 부과 즉각 철회와 함께 유족과의 대화에 전향적으로 임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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