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9년 만에 대법 선고…소송 이끈 곽상언 "국민혜택만 바라봐"
2014년부터 누진세 집단소송 이끈 곽상언 변호사
30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세 소송' 대법 판단 나와
2023-03-27 06:00:10 2023-03-27 06:00:10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저의 40대 전부를 바쳤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는 없습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세'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9년간 집단소송을 이끌어 온 법조인,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 변호사가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전한 소감입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세가 정당한지, 부당한지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30일 나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도 알려진 곽 변호사의 주도로 전국적으로 제기된 관련 소송은 14건입니다. 곽 변호사는 2014년부터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 방식을 적용한 것은 부당이득이라며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해왔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그의 사무실 한쪽에 자리한 캐비닛 두 개는 해당 사건과 관련한 자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가 직접 목차를 수도 없이 수정하고, 틀린 내용은 없는지 검토하고, 증거들을 삽입한 엄청난 양의 사건 기록들입니다.
 
"주택 사용 전기량 전체의 14%…한전 독점 체제도 문제"
 
곽 변호사는 누진 요금 체계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국민이 산업용 전기요금에 비해 매우 큰 액수의 요금을 내니까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주택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은 전체 전기 소비량에서 14%로 얼마 안 됩니다. 이에 비해 산업용은 55%나 되죠. 전체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량이 국내 10대 기업이 사용하는 양과 비슷합니다.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나라 전력 사업을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곽 변호사는 "처음 이 사건을 시작했을 땐 관련 자료가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전기와 관련된 모든 국내 보고서 문헌은 한전의 이익을 위해 작성됐고 충분한 연구 또한 되지 않았습니다. 문헌에서 어떤 게 사실이고 소송에 필요한 사실이 뭔지 등을 걸러내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 변호사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수민 기자)
 
 
1·2심 패소…그러나 "전기료 정하는 절차 자체가 무용"
 
30일 선고될 사건들은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한전의 손을 들어줬던 사건들입니다. 법원은 대체로 전기료 기본 공급약관 작성과 변경 과정이 수급 상황을 고려한 전기위원회 심의,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협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인가 등의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이유로 누진제의 정당성을 인정해왔습니다.
 
곽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절차를 지켰다고 해서 정당하다고만 볼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으며 그 절차 자체가 현시점에서 무용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기공급 약관에 전기요금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한전이 전기요금 규정의 초안을 작성하고, 전기심의위의 심의를 거치고 산자부의 승인까지 받습니다"라며 "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아무도 그 규정만을 보고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정당한 요금 규정인지, 어떤 효과를 발생시킬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나아가 한전이 전기요금 관련 회계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은 점도 지적했습니다.
 
곽 변호사는 "전기사업법 등에 따르면 한전은 요금 규정이 담긴 전기 공급 약관을 마련해 각종 회계 자료를 첨부해 전기심의위, 산자부, 기재부에 제출해야 합니다"라며 "그러나 소송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아무도 한전으로부터 그런 자료를 받은 적 없다는 것입니다. 한전은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 또한 한전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겠죠"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소송을 이끌어 오면서 이처럼 힘든 순간만 있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소송 제기 이후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가 한 번 바뀐 점을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꼽았습니다. 
 
곽 변호사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하다 2017년에는 전기요금을 개편했습니다. 누진세 배율을 확 줄여 누진세로 인한 폐해가 상당 부분 줄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전기요금이 1년에 약 1조5000억 정도가 줄어들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승소 시 대법 판결 취지 반영됐으면"
 
아울러 그에게 누진세 소송 이후 다른 소송 계획이 있는지 묻자 "만약 이번에 승소한다면 다음번엔 신용카드 수수료와 관련된 소송을 진행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곽 변호사는 "사기업인 신용카드사가 국가를 대신해 세금 유사적 수수료, 즉 신용카드 수수료를 받아 가는 게 문제의 시작입니다. 제가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면 돈을 빌린 사람은 저고, 제가 돈을 갚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현재 수수료는 제가 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약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수수료를 내게끔 한다면 신용카드를 사용할까요?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쓸 때마다 거래가 포착되기 때문에 국가가 신용카드사에 특혜를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9년 만에 내려질 선고를 앞둔 소감에 대해 물었습니다.
 
곽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할 때 단순히 상징적 의미만 있다면 사람들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소송의 영향력 또한 사라집니다. 그래서 전 (소송을 통해) 온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구조, 즉 내가 납부한 부당한 요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게끔 소송의 구조를 꾸려나가기 시작한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전기요금 누진세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해 소송을 시작했고, 시작했으니까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이끌어왔습니다. 승소하게 된다면 정부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하길 바랍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인강)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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