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녹사평역 추모공간’ 가보니…"누가 찾아오겠나"
유가족 “녹사평역 위치 말이 안 돼…누가 오겠나”
시민들 “지하 4층은 부적절”…교통도 불편
서울시 “철거기간 1주일 연기…추모공간 대안 제시해달라”
2023-02-07 16:35:33 2023-02-07 18:53:36
 
 
[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아까 처음 왔는데 어우 너무 깊이 있어서 깜짝 놀랐네“ 
 
한의원을 가기 위해 처음 녹사평역을 방문했다는 50대 한모 씨의 말입니다. 한씨는 ”출구 나오는 쪽도 한 방향밖에 없다“며 역 이용의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서울시가 이태원 희생자 분향소를 녹사평역 지하 4층에 설치하려고 한다는 말을 전하자 “이태원도 있고 (이태원)역도 있는데 왜 녹사평이야?”라고 물었습니다. 
 
녹사평역 (사진 = 정동진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이하 협의회) 지난 4일 광화문에 희생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저지하자 서울시청 앞 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습니다.
 
서울시는 유가족들이 분향소를 무단 설치했다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며 맞섰습니다. 유가족들은 서울시가 분향소 설치 장소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 4층에 대해 어제(6일) 기자회견을 통해 “목소리가 사그러들때까지 땅속으로 들어가 숨 못 쉬고 죽으라는 얘기”라며 거절했습니다. 
 
녹사평역 안내도 (사진 = 서울교통공사)
 
녹사평역 누가 찾아오겠나
 
시청 앞 분향소를 지키는 한 이태원 희생자의 어머니는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의 위치가 말이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그는 “녹사평역이 굉장히 깊다. 그리고 거긴 휘발유가 발견됐던 곳이었고, 발암물질이 생성되는 곳이다. 거기다가 지하철이 굉장히 깊은데 지하 4층이면 엄청 깊은데 거기 누가 오겠나"며 "위험하고 차갑고 어둡고 한데. 그건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여기는 시민분들이 오셔서 추모도 좀 해주시고 하지 않나”고 말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녹사평역의 적은 유동 인구를 주요 문제로 꼽았습니다. 녹사평역은 하루 이용객이 1만 명 내외로 주요 승객은 용산구청 등 근처 회사에 출근하는 시민들입니다. 유가족들이 원했던 장소인 광화문은 하루 이용객이 7만 명 내외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더불어 ’죽은 상권‘이라고 불리는 경리단길 근처에 위치해 있어 젊은 층까지 발길을 끊은 상태입니다. 녹사평역 근처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주말에는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활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다. 그냥 사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사평역 엘리베이터 안내문. 두 번을 타야 지상으로 나올 수 있다. (사진 = 정동진 기자)
 
지하 4층은 부적절…유가족 원하는 장소에 설치해야
 
시민들은 대부분 희생자의 분향소를 지하 4층에 설치하려 한다는 점을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녹사평역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기 위해선 엘리베이터를 1번 갈아타 모두 2번 탑승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한 승객은 “(서울시가 제시한 공간이) 너무 깊고 멀어서 좀 그렇긴 하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던 한 시민은 “지하 4층에 설치를 한다구요? 지하 4층은 조금 (광화문하고 비교하면) 많이 찾아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사평역의 애매한 위치 또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태원지하차도 동쪽으로는 출구가 없어 경리단길을 방문한 시민들은 지하도를 통해 찻길을 건너 2번 출구를 이용해야 하고, 서쪽으로는 주한미군 부대가 자리했던 곳이기 때문에 긴 장벽을 따라 한참을 걸어와야 합니다.
 
녹사평역 근처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가 사고장소랑 가깝지만 찾아오기는 좀 어려운 장소에요. 차라리 근처에 조그만 광장 같은 게 있긴 한데 거기도 불편하고, 주차할 데도 없고. 이 동네 사는 분들도 6호선 타고 한 번에 가는 곳 아니면 마을버스 등을 타고 녹사평역이 아닌 다른 역을 이용하죠. 유가족들이 원하는 곳이 있다면 거기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서울광장은 그래도 모두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에 제안한 추모공간. (사진=정동진 기자)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