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기름값.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기름값 도매단가 공개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커 정유사 등 석유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 시행령 처리 초기단계에서부터 대통령실 의중이라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입니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구성이 친정부 성향이라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기름값 도매단가를 공개하는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이 내달 초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안건에 오를 전망입니다. 당초 이달 처리될 가능성도 있었으나 설 연휴를 지나면서 내달이 유력해졌습니다.
현재 기름값은 ‘오피넷’을 통해 주유소 판매가격(소매)이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부는 공개범위를 확대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정유 4사 공급가격도 지역별로 세분화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석유대리점 공급가 등 유통단계별 가격도 확대 추진합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기름값 유통마진을 추적함으로써 기름값 인하 압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관련 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미 입법예고 단계를 거쳐 규제심사도 통과했습니다. 국무조정실 규개위 단계만 남겨둔 상태입니다.
기름값 규제가 심했던 MB정부 때도 비슷한 법안이 국무조정실 규개위까지 올랐다가 폐기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엔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전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 도매단가 공개를 대통령실이 민다고 들었다”라며 “정유사와 대리점, 전국 주유소가 모두 반대하고 있지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의견 반영이 잘 안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국무조정실 규개위는 부처 장관 등 당연직과 민간인 위촉직으로 구성됩니다. 민간 위촉직이 과반수입니다. 그런데 현재 규개위 구성을 보면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공동위원장인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교수도 윤석열 대통령과 동문인 서울대 출신입니다. 또 민간 위촉직 위원 중 11명이 서울대 출신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통상 기업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학연 등으로 연결될 경우 독립성 문제를 지적받습니다. 이 때문에 국무조정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의원들이 기름값을 비롯한 원자재값 폭등으로 높은 이윤을 챙긴 정유사 등 에너지회사들을 규제하기 위해 소위 ‘횡재세’를 발의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해당 법안에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기름값 도매단가 공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법안 처리에 정쟁이 영향을 미치는 형국입니다. 최근 정유사의 높은 성과급 지급 계획 등이 알려지며 횡재세와 가격 공개 제도 등에 지지여론도 모이고 있습니다.
업계는 가격 공개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대합니다. 공개했을 때 가격이 상향 수렴되며 법안의 인하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공산품이나 업종도 영업비밀인 공급단가를 지역별, 유통단계별로 공개하는 사례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