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암울한 전망과 비관적 예측에 갇힌 토끼해 신년
2023-01-26 06:00:00 2023-01-26 06:00:00
새해 전망은 늘 희망과 비관이 엇갈립니다. 그런데 2023년 '검은 토끼해'는 온통 비관론 투성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성행하던 지난 몇 년보다 더 어둡고 우울한 전망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신년 초가 되면 언론에 나와 새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가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모두 '닥터 둠'으로 변신한 듯 합니다. 희망찬 낙관적 전망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선, 2023년도 경제전망이 가장 암울합니다.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2% 초반대에서 계속 하향 조정돼 1.1%로까지 내려갔습니다. 최근 5년간의 연평균 성장률 2.3%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위기가 발생했던 해를 제외하고 1%대 성장률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지요. 
 
미국과 유럽은 각각 0.6%, 0.0%로 경제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2년도 미국의 국가부채는 사상 최대인 31조 달러를 상회, GDP 대비 140%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미국의 재정지출 여력이 감소할 것이며 이에 따라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위험이 더 커졌습니다. 
 
선진국의 경기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수출 분야부터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새해 들어 첫 20일 간의 무역적자가 102억 달러에 이릅니다.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 474억6700만 달러의 5분의1에 해당하는 적자가 한 달도 안된 사이에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기조가 한 해 동안 지속되면 1800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가 실현돼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선진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기업들은 광범위한 구조조정과 대대적 인력감축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신년 초에 감원한 인원은 아마존 1만8000명, 구글 1만2000명, 메타 1만1000명, 마이크로소프트 1만명, 세일즈포스 8000명 등으로 그 규모가 엄청납니다.    
 
국내 기업들도 새해 경기를 매우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54개 제조업체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74로 나타났습니다. 재작년 3분기에 103으로 정점을 찍은 뒤 여섯 분기 연속 하락세가 이어져 부정적 전망이 뚜렷합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 전망에 벤처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투자심리가 급속히 악화하며 지난해 3분기 벤처캐피탈 투자는 전년 동기 40.1% 감소했죠. 신년에 들어와서도 정부와 투자사 모두 투자 규모를 줄이는 상황입니다. 일부 벤처기업은 직원들의 급여도 주지 못할 정도로 운전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국형 유니콘으로 칭송받던 신선식품 유통플랫폼 정육각, 배달서비스 '부릉'의 메쉬코리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플랫폼 왓챠 등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들도 고비를 넘기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국가산단 및 지방산단에서 입주한 제조 중소기업 중에서 휴업을 신청한 기업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중입니다.  
 
대기업과 은행들도 긴축경영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하며 신규채용을 꺼리는 모습입니다. 구조조정이 전 산업계로 확산하면서 취업자 수는 가파르게 줄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국가 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했고 새해에는 그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됩니다.
 
이처럼 전방위로 경기침체 여파가 확대되며 경제 저변을 구성하는 자영업은 절망적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버틴 중소규모 자영업자의 휴·폐업이 늘어나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실직자로 전락하고 있죠. 소상공인 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서며 '자영업자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어디 하나 좋은 곳이 없는 가운데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확전 일로에 놓여 있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도 정면 대결로 치닫고 있죠. 핵무기를 완성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상수로 자리잡았습니다. 자칫 삐끗하면 경제와 안보가 나락으로 떨어질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국내 정치는 극한 투쟁과 갈등에 휩싸여 있습니다. 
 
파국적 위기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종말론적 사고가 단골로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부정적 전망이 난무하는 토끼해에도 노스트라다무스와 기독교 식의 말세론이 득세할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지난 15년동안 매년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내놓으며 새해 트렌드를 전망하여 유명세를 얻은 어느 교수가 올해 트렌드를 'RABBIT JUMP'로 명명했습니다.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어찌해서 매년 딱 10가지 트렌드를 10개의 영어 글자로 조합해 그 해 간지에 맞는 이름으로 작명하는지 신기했는데, 올해는 정말 토끼가 용궁을 벗어나 탈출하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위기를 넘겨 점프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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