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맥 빠지는 금융당국의 뒷북 경고
2023-01-13 06:00:00 2023-01-13 06:00:00
최근 은행권을 향한 여론이 싸늘합니다. 한마디로 '많이 버는 만큼 일을 안 한다'는 비판입니다. 지난해 금리 인상기를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이자수익을 거두면서 일부 대형은행에서는 최대 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금융소비자들은 "내 예금으로 대출해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은행들이 자기들끼리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고 비판합니다.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아직까지 영업시간은 늘리지 않고 있다"는 차가운 반응도 엿보입니다.
 
지난해 연 5%대를 넘어섰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새해 들어 3%대 후반까지 떨어지며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8%까지 올랐습니다. 대출금리는 그대로인데 예금금리는 떨어지고 있으니 '이자장사' 비판이 나올 만 합니다.
 
특히 은행권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영업시간을 간헐적으로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단축하다가, 2021년 7월부터는 전국 단위로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확대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했지만, 은행권은 단축된 영업시간을 아직까지 원상복구하고 있지 않고 있지요. 은행권은 은행 노사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었습니다.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점포를 줄이고 있는데 영업시간마저 줄어 대기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은행 업무 처리를 위해 반차까지 써야 한다는 호소까지 나옵니다. 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고령층 등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금융수장들의 경고성 발언도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임원회의 발언을 빌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과 과도한 성과급,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지연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은행권 영업 정상화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은행 영업시간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는 젊잖은 표현으로 말이죠. 이제라도 금융당국 수장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해서 한마디를 한다는 것은 다행입니다.
 
그런데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은행 영업시간이 정상화되지 않은지 10개월째인데 너무 뒷북 발언이 아닌가 합니다. 얼마 전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을 정리할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 두달 여간 10여차례나 언급한 주제가 바로 최고경영자(CEO)의 거취와 관련한 발언입니다.
 
금융지주 경영진의 임기 만료가 연말 연초에 몰린 점을 감안해 CEO 인선의 투명성을 강조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특정 금융지주사의 회장의 거취와 관련된 발언은 6차례에 달합니다. '관치 금융'이라는 지적에 불쾌함을 드러내고 경고성 발언을 낸 경우도 있습니다.
 
CEO 인사 관련 발언의 절반이라도 은행 영업 정상화에 대해 강조했다면 어땠을까요. 금융권 노사를 만나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의 물꼬를 틀 생각은 없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뿐만 아니라 지주사회장, 은행장을 줄줄이 소집했던 것처럼요. 그랬다면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이 이렇게 거세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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