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사족보행 로봇이 한화빌딩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재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미국 로봇회사에 눈독을 들입니다. 이 회사의 로봇제품을 한화그룹 사무실로 불러 단독 시연을 시켰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사족보행 드론봇 경쟁을 하는 라이벌 회사로, 특허 분쟁까지 진행 중이라 한화가 손잡을 시 새로운 경쟁구도가 관심을 끌 전망입니다.
지난 10일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화빌딩에 사족보행 드론봇 2개가 등장했습니다. 로봇은 빌딩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로봇은 미국 고스트로보틱스가 독점공급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한 한국 법인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의 제품입니다. 로비를 지나던 회사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에게 시연하러 왔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로봇 시연의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한화그룹과 고스트로보틱스측 모두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김동관 부회장이 로봇 제품을 사무실로 불러 단독 시연한 만큼 향후 사업제휴나 자본투자 등으로 이어질지 관심입니다. 한화그룹 역시 산업용 로봇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김동관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크고 작은 인수합병(M&A) 투자를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미국 회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국내에서 로봇을 직접 생산하고 정밀 제조 및 AI 업체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국내 업체와 기술협력을 통해 로봇제품 모듈의 90% 이상을 국산화한다는 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또 로봇에 탑재할 수 있는 국산 임무장비 제조업체와 협업해 각종 임무장비 및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을 로봇에 탑재한 후 미국 등 해외 수출한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미국 본사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사족보행 로봇 시장에서 경쟁관계입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고스트로보틱스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미국에서 제기했습니다. 고스트로보틱스는 특허침해 혐의를 부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화가 고스트로보틱스와 손잡을 경우 현대차그룹과는 묘한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과거 수소트럭업체 니콜라 측의 투자 제안도 정의선 회장은 거절했고 김동관 부회장이 받아들여 갈림길에 선 구도가 조명받기도 했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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