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기업들이 경기 침체를 직접 체감하는 영향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국내외 기관보다 낮게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이 바라본 2023 경제·경영 전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전망하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16% 수준으로 집계됐다.
국내외 기관의 전망치가 1.5%∼2.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경제 여건이 더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전망치인 1.9%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는 고물가·고금리의 어려움 속에 내수 위축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조사 대상 기업이 응답한 전망치는 1.0%∼1.5% 구간이 30.6%로 가장 많았고, 1.5%∼2.0% 구간은 28.8%, 0.5∼1.0% 구간은 15.4%로 조사됐다. 마이너스 역성장을 전망한 기업도 8.8%였지만, 3.0% 이상을 꼽은 기업은 0.4%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 결과의 가중평균값은 1.16%였다.
국내외 기관의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1.6%,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 산업연구원(KIET)은 1.9%,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은 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 국제통화기금(IMF)은 2.0%,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1.9% 등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이 지난해 11월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장기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매출·수출 실적 작년보다 1%대 역성장 전망
이번 조사에서 올해 매출과 수출 실적을 지난해와 비교해 어떻게 전망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같은 수준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 구간을 꼽은 기업이 더 많아 가중평균값은 1%대 역성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 전망은 33.1%의 기업이 같은 수준을 전망했지만, 마이너스 구간을 꼽은 기업이 34.5%, 플러스 구간을 꼽은 기업이 32.4%로 가중평균값은 –1.0%로 집계됐다. 수출 전망은 43.2% 기업이 같은 수준을 전망했지만, 마이너스 구간을 꼽은 기업이 26.2%, 플러스 구간을 꼽은 기업이 30.6%로 가중평균값은 –1.3%로 집계됐다.
올해 매출 전망치를 상대 비교해 업종별 기상도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맑은 업종'은 제약, 화장품, 전기장비 순이었으며, '한파가 몰아질 업종'은 비금속광물, 섬유, 정유·화학, IT·가전 순이었다.
제약은 코로나19 특수가 이어지고 있고, 화장품은 중국 소비 회복 기대감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원자재 비중이 높고, 글로벌 수요에 민감한 업종은 부진한 전망을 보였다.
식품, 자동차, 조선, 의료·정밀은 소폭 매출 증가 전망이 나와 '약간 맑음'으로 분류됐고, 철강, 기계, 목재·가구는 소폭의 매출 감소 전망이 나와 '흐림'으로 분류됐다.
'투자 확대 계획' 기업 12.6% 불과…29%p 하락
지난해와 비교한 올해의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동일'이란 응답이 53.5%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보다 감소'라는 답변이 33.9%였다.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린다는 기업은 12.6%에 그쳤다.
앞서 2021년 말 같은 방법으로 전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투자를 '지난해보다 늘려 공격적으로 운영할 전망'이란 답변이 41.6%였지만, 불과 1년 새에 29%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반대로 '지난해와 같거나 감소한다'는 보수적 답변은 2022년 전망치인 58.4%에서 2023년 전망치인 87.4%로 늘었다.
기업들은 올해 한국 경제를 위협할 요인으로 '고물가·원자재가 지속'(67.3%)을 가장 많이 꼽았고, 그다음으로는 '내수 경기 침체'(38.2%), '고금리 지속'(29.2%), '원부자재 수급 불안'(17.8%), '고환율 장기화'(16.7%) 등의 순이었다.
이러한 위험 요인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둬야할 과제로는 '경기 상황을 고려한 금리 정책'(47.2%)과 '환율 등 외환 시장 안정'(42.6%)이란 응답이 많았고, '자금 조달 시장 경색 완화'(32.2%), '규제 혁신 통한 성장 동력 확보'(21.7%), '수출과 기업 활동 지원'(21.3%), '공급망 안정화'(20.2%) 등의 답변이 나왔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코로나의 정상화 과정에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인 만큼 누가 선제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경기 회복기의 득실이 달려 있다"며 "지금은 민간, 정부, 정치권은 물론 경영계와 노동계 등 한국 경제의 모든 구성원이 경제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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